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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권하는 사람들 / 전북지방회 독서클럽

기사승인 [618호] 2024.07.17  22: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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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노원준 목사(모현교회)

시몬 베유는 1909년에 태어나 1943년에 34세라는 나이에 요절하였지만, 그녀가 남긴 글과 사상들은 알베르트 카뮈를 비롯한 많은 당대의 철학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카뮈는 시몬 베유를 일컬어 ‘우리 시대의 유일한 정신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하니 사뭇 천재의 벽을 실감케 만든다.

베유는 유대교 출신의 중산층 부모 아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는 불가지론자들이었기에 그녀 또한 그러한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천성적으로 타인에 대한 깊은 연민과 헌신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으며, 신앙적이고 종교적인 것에 대한 탐구심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녀의 이런 지적, 정서적 자세는 삶에도 그 연장선이 맞닿아있다. 사회적으로 사상적으로 혼란한 시기였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베유는 노동자들과 사회의 취약계층과 같은 약자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관심을 갖은 철학자이자, 그것을 자신의 삶의 운동과 나눔으로 실천했던 철학자이다. 때문에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더 나아가 공산운동에도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다.

시몬 베유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약자들과 함께하며 극한까지 밀어붙이기도 하였다. 고된 노동으로 인하여 어려운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페렝 신부와의 신앙적 교제를 통하여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깊이 심취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베유의 사상 초기에는 주로 사회와 사회문화적인 사안들에 대하여 단상을 기고하였으나 중기를 넘어서면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깊은 단상들과 철학적 고민들을 남겼다. ‘중력과 은총’이라는 본 저서는 베유의 사후 그녀가 남긴 유고들을 모아 펴낸 유고작의 첫 작품이다. 그녀는 전쟁 이후 친구이자 신앙의 동지인 가톨릭 사상가였던 귀스타브 티봉에게 자신의 단상들을 모은 방대한 분량의 노트들을 넘겨 주었고, 여기서 나온 ‘중력과 은총’이라는 책은 영국과 미국의 많은 지식인들에게 ‘20세기의 팡세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본 저서는 베유가 개인적인 묵상과 숙고들을 적어 놓은 노트들을 책으로 만든 것이기에 사실 읽기에 있어서 수월치 않다. 그럼에도 짤막한 문장들과 주제들 하나하나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시몬 베유가 이 책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략히 서술한 내용이다.

세상에는 중력과 은총이라는 두 가지 힘이 존재한다. 중력은 우리를 아래로 끌어당겨 저급하고 저열한 존재로 만들어 죄를 범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중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충만한 자연적인 힘이다. 반대로 은총은 우리를 더 높고 선하며 아름다운 차원으로 끌어당기는 힘으로서 자연에 작용하지만 자연에 속하지 않은 초자연적인 힘이다. 은총은 오로지 자연 밖 곧 초자연적인 곳으로부터 오는데 그 근원이 바로 신(하나님)이다. 자연적인 중력에 속한 인간이라는 존재 안에는 죄를 범하고 욕망과 집착에 천착하도록 만드는 어떤 악하고 부정적인 힘이 내재한다. 이러한 인간을 정반대인 긍정적이고 선한 존재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베유는 이러한 일은 자연 속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은 오직 초자연적인 존재의 초월적인 개입, 나와 세상을 훨씬 초월한 존재로부터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악함이 전제되어진 존재다. 인간은 스스로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실 인간은 외부의 물질과 힘에 의존하여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도덕적이며 더 고상한 차원의 존재가 되는 것도 초자연적인 외부의 힘에 의존하여 그것을 양분으로 삼을 때에야 비로소 고차원의 존재로 변모할 수 있다. 이러한 나의 변화, 곧 신적 은혜에 의한 나의 본질적 변화에는 나를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작용점이 필요하다. 그 작용점은 세상의 것인 동시에 비세상의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것은 오직 십자가 뿐이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땅에 세워진 나무지만 그 목적은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었다. 십자가의 목적은 오직 ‘올라가는 것뿐이었다. 십자가야말로 이 땅에 속한 나를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으로부터 탈피케 할 유일한 지랫대인 것이다. 십자가를 지랫대의 작용점으로 삼아 그리스도의 육체가 올려질 때 비로소 온 세상이 땅으로부터 들어올려지게 되는 것이다.

베유의 단문은 수려하게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마치 날것과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신앙과 철학, 삶과 사람에게 진지했던 젊은이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 그녀는 우리에게 말한다. 은혜만이 유일한 신앙인의 출구임을.

시몬 베유 저 · 윤진 번역, 『중력과 은총』, 문학과지성사, 2021.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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