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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권하는 사람들 / 전북지방회 독서클럽

기사승인 [613호] 2024.05.09  07: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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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한 일’ (2)

이재정 목사(복된교회)

저자 이승우는 서울신대 졸업 후 꾸준히 소설을 쓰는 작가로 지금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가르친다. 창세기의 다섯 개 이야기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4. 허기와 탐식

사랑 때문에 죽음을 거친 이삭 심연은 아버지의 소유 대상으로 사랑이 버겁다. 빈 광야로 내몰린 이복형 이스마엘, 그 어미 하갈과 동일시를 이룬다. 광야에서 이스마엘이 사냥한 야생동물로, 탐욕의 증상으로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채운다. 이삭에게 에서는 그 이복형 이스마엘이다. 이스마엘, 에서가 들사람이 된 것은 성향 문제가 아니라 집 안에 있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에서는 그 허기를 탐식으로 달랬고 야곱은 그 허기를 이용해서 탐욕을 채운다. 야곱은 아버지 이삭, 미식가가 아니라 허기진 탐식가를 속여 장자권을 거머쥔다. 리브가는 남편의 허기를 큰아들 이스마엘에게 보면서 몸서리쳤다. 속은 이삭은 축복으로 자녀들의 앞길을 예언한다. 큰아이가 작은 아이를 섬기리라는 부당한 신이 음성에 그 아버지 아브라함이 그랬던 순종을 바친 것이다. 괴로운 일이었다.

5. 야곱이 사다리

아버지 때와 달리 야곱은 직접 신부를 구하러 간다는 명목으로 혈혈단신 외가로 피신한다. 간섭도 없지만, 보호도 없다. 불안 속에 빈들에 숨어 잔다. 그의 두려움은 신성한 것으로 바뀐다. 그 하늘에 닿으려고 조상들이 쌓던 탑은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좌절되고 흩어진 꿈이다. 상상 속의 그 탑과 달리 하늘에서 출발한 탑을 본다. 거기서 조상들이 섬기던 여호와께서 현현하셨다. 만나기 원한 적 없지만, 필연적 조우다. 외로운 야곱에게 동행의 약속이다. 이 약속은 하나님만의 자발적 부자유이고 그에 순종은 비자발적이다. 야곱은 아브라함, 이삭의 자손이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모든 영역에 충만하신 하나님을 체험하고 하늘과 닿으려는 욕망으로 벧엘을 세운다.

평(評)

수(繡)놓은 그림은 고우나 그 이면은 무질서이듯 결국 우리 눈에 드러나는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하나님의 사랑이 지배하고 있다는 걸 정의하고 있다. ‘소돔의 하룻밤’이나 ‘사랑이 한 일’에서 보여주는바, 무질서하게도 그 사랑은 인간의 윤리 안에 갇히지 않는다.

성경을 배경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인 본문 석의에 충실했다. 우리의 중요한 필요에 부응하는 설교 자료로 충실하다. 작은 사건 진전을 통해 큰 의미들을 창출한다. 소설 형식을 빈 사유, 철학, 사상 전개다. 섬세한 필치다. 소설이지만 사건을 전개하는 구약이나 예수님 스토리가 아니라 논리와 교리를 설파하는 바울 서신을 읽는 느낌이다.

행간마다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통찰을 담았다. 일테면 “명령은 듣는 사람의 자유를, 약속은 말하는 사람의 자유를 제한한다. 순종은 명령 없는 곳에서 발생할 수 없으니 자발적일 수 없고 약속은 명령 있는 곳에서 일어 날 수 없으니 비자발적이다”(p. 204)라는 표현 등이다.

믿음의 시발(始發)로 익숙한 아브라함을 통해 전해온 다양한 선의들 이면에 적자로 되는 이삭, 추방당하는 이스마엘과 에서에게 상처로 이어진다. 선악을 양분하려는 우리의 추리를 훌쩍 뛰어넘어 마침내 믿음의 적통으로 일컬어지는 야곱에게도 그 흔적을 전해 주고 있다. 거기서 연유된 우리 신앙도 상처로 뒤범벅된 역사이리니 마냥 곱기만을 바라는 건 위선일 테다.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서울: 문학동네, 2020.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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