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21>

안희환 목사(예수비전교회)

병든 성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설교를 들을 때 말씀 자체에서 은혜를 받고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아닌 다른 것들에 더 주목하고 감정적인 위안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영양가 있는 음식은 다 싫다고 하고 사탕, 초콜릿, 과자 등만 좋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요즘 성도들이 좋아하는 설교 중 하나는 재미있는 설교입니다. 덕분에 소위 잘 웃기는 설교자들이 인기 강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웃고 싶으면 개그맨을 부르면 될 것이지 왜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를 찾는지 모르겠습니다. 설교자가 아무리 웃긴들 웃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개그맨들보다 더 웃기겠습니까? 웃기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저 말씀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서 웃기는 설교자를 찾는 걸까요?

많은 성도들이 좋아하는 설교 중 또 하나는 다이내믹한 간증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설교입니다. 저는 간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하심을 경험하고 그것을 성도들과 나누는 것을 왜 나쁘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간증이란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말씀 자체는 아닙니다. 간증에 너무 집중하는 것을 옳지 않습니다.

간증보다 더 성도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표적일 것입니다. 얼마 전 외국에서 능력을 행한다는 흑인 목사가 왔을 때의 일입니다. 희한하게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사야했습니다. 그 액수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이들이 돈을 내고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표적들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고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거짓으로 병 고침을 받은 것처럼 쇼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진짜 안타까운 것은 그런 이상한 현상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점입니다. 말씀을 배우기 위해 몰린다면 좋을 텐데요.

하나만 더 언급하려고 합니다. 바로 예화입니다. 보통 예화를 설교의 창이라고 합니다. 창이 없으면 집이 답답하고 환기도 잘 안될 텐데 창이 있으니 유익하듯이 예화가 설교에 있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집이 통 창 위주로 되어있으면 그 역시 문제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설교 역시 예화가 주를 이룬다면 문제일 것이고요. 예화는 간증과 마찬가지로 말씀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도구이지 말씀 자체가 아닙니다. 말씀을 다 잊고 예화만 기억하게 하는 설교라면 그 설교는 실패한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성도들은 웃기는 이야기나 간증이나 표적이나 예화보다 말씀 자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제대로 들어야 말씀에 순종하는 삶이 가능할 것이고,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진짜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것을 이 세상의 다른 그 어떤 것을 들려주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성도들이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을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기는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말씀을 깨닫는 것에서 더 큰 함박웃음을 웃는 성도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나님의 말씀을 더 듣고 싶다며 숨을 헐떡이는 성도들을 꿈꾸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