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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세상(58)

기사승인 [613호] 2024.05.09  00: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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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리미엄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과거 보릿고개 시절 그 때 그 시절의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가난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옛 어른들께 들어보면 지금 살아가는 우리 세대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요즘 동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거 보릿고개 시절을 경험한 어른들의 삶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함을 누린다. 작은 스마트폰 속에서 시간을 절약하면서 배달 음식을 집 앞까지 주문해서 먹는 시대를 생각했을 때, 과거 어른들은 이런 시대를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저녁에 필요한 식료품이나 가정에 필요한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아침에 문 앞에 도착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편리함의 황금기를 맞이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무엇이 가장 힘든 것일까? ‘편리함’ 그 하나로만 따진다면, 그 어느 시대보다 가장 앞서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편리함을 표현하는 신조어 ‘편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편리미엄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이다.

말 그대로 ‘편리함’과 프리미엄(premium)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조어로 현대인들이 편리함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가운데 좀 더 고급스럽고 간편한 형태의 기준이 더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현대인들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그 편리함에 고급스럽고 정갈스러운 형태의 삶을 추구하는 경향을 추구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는 정말 편리함에 익숙한 나머지, 그 편리함도 부족하여 편리함에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은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도구적 존재 즉 ‘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일상의 많은 것을 변화시켜 왔다. 도구를 사용하여 더욱 편리한 집을 짓게 되고, 보다 정교하고 기능화된 또 다른 도구를 만들어서 사회의 편리함을 가져왔다. 인류는 이처럼 도구적 존재로서의 삶을 통해 더욱더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과거 TV 리모컨이 없던 시절, 우리들은 TV 앞에까지 가서 채널을 돌리거나 전원을 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리모컨이 발달되면서 그 도구에 익숙한 나머지, 잠시 리모컨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그만큼 인류는 도구와 기계의 발달로 인한 편리함에 노출된 시간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가치를 잊어가고 있다. 인류는 어느 순간, 도구적 삶이나 그것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이외에 자연스러운 그 자체의 존재들에 대해 서서히 잊어가고 있다.

4월을 지나면서 거리의 벚꽃은 다 지고 튤립들이 피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그 꽃을 보면서 우리는 잠시 도구적이고 기계적인 것을 잊을 수 있다. 그 튤립꽃에는 어떠한 기계적인 것들이 포함되지 않는 자연 그 자체이다. 우리는 어쩌면 기계와 인터넷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 자연이 주는 ‘본래적인 것’의 가치를 서서히 잊어가는 것은 아닌가? 점점 기능화되고 편리함에 친숙해지는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인류는 이제 그 도구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스마트폰이 없으면 약속시간과 전화번호를 찾을 수가 없다. 네비게이션의 도움 없이 길을 찾기란 쉽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의 기억의 한계로 인해 사람들은 종이와 펜으로 메모하기 시작하고, 메모를 통해 기억을 유지하는 습관을 만들어 갔다. 하지만 이젠 그 순간들도 기계의 편리함에 익숙하여 점점 상실되고 있다. 기계 사회가 주는 편리함과 인터넷의 빠른 정확성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자연스러운 것’들을 잊어가고 있었다.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류의 삶은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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