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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기사승인 [574호] 2023.02.01  21: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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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많은 사람이 사실로 믿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 주장은 계속 ‘의혹’ 대접을 받았고, 제보의 발단이 된 첼리스트가 경찰에 출석해 “그 내용이 다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기에, 사건이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조선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10명 중 7명(69.6%)이 여전히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다수 지지자들이 첼리스트가 본인의 거짓말을 실토한 경찰 진술을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권력의 압박과 회유로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는 ‘음모론적 사고’이다. 이들에게 무엇을 더 보여줘야 자기 믿음이 틀렸음을 인정하게 될까. 본인이 바라는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어떤 물증이 제시된다고 그들이 바뀔 것인가.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연구하는 철학자 매킨타이어는 “음모론자들은 믿고 싶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선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의 증거를 요구하며, 믿고 싶은 것이라면 증거가 빈약하든 혹은 존재하지 않든 상관없이 수용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견딜 수 없이 싫고, 상대방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믿고 지지할 준비가 돼 있으니 가짜뉴스를 가짜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과 허구,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일 다수를 차지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위기다. 신념에 반하는 얘기를 하는 순간, 존재의 본질을 건드리게 되는데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이들을 어떻게 되돌려 놓을 수 있겠는가. 자존감은 왜소한 나를 위로하고, 절망한 나를 격려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정확한 자기 측정을 동반하지 않는 자존감은 자아를 바꾸고 현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알았을 때만 자신을 교정할 수 있다. 영국의 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 아니라 정확한 자기 측정에서 비롯한 자신감’이라고 했다. 자존감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를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느냐를 말해 줄 뿐, 실제로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 해낼지를 믿는 마음은 아니다. 자존감이 있으나 실제로 현실의 자아가 변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거품과 기만뿐일 것이다. 올바른 자기 인식이 사람을 바꾼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때문에 남보다 훨씬 잘 배우고, 타인도 나와 같은 마음이 있음을 알기에 남들과 협력하며 살아간다. 나날이 자신을 고쳐 가기에 남보다 좋은 결정을 내리고, 자기 부족함을 알기에 항상 겸손하며, 이런 사람이 좋은 공동체,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간다.

기독교헤럴드 dsglory3604@nate.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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