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서평> 권하는 사람들 / 전북지방회 독서 클럽

기사승인 [612호] 2024.04.25  08:21:02

공유
default_news_ad2

- ‘사랑이 한 일’ (1)

저자 이승우는 서울신대 졸업 후 꾸준히 소설을 쓰는 작가로 지금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가르친다. 창세기의 다섯 개 이야기를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1. 소돔의 하룻밤

소돔에 들어온 천사는 외지인 취급당한다. 롯은 정착민들의 공격을 막아서느라 두 딸을 내가 놓으면서까지 노력하지만, 폭력은 약화 되지 않는다. 성적 착취가 아니라 모욕을 주려는 목적이다. 실상 보호받지 않아도 되는 천사들이 롯이 자청하는 보호에 든다. 호의에 반응하는 호의다. 신의 손길이 개입되자 문안을 향하던 공격은 문밖의 자중지란으로 된다. 그들에게는 멸망이 롯과 가족들에게는 구원이 집행된다. 하나님이 들으시는 기도는 다른 대안이 없는 약자의 절규다. 천사들의 강제에도 꾸물거리는 롯은 도시 문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다 겨우 소알성에 피하지만 결국 그 성에도 살지 못하고 산으로 피하여 살아간다.

2. 하갈의 노래

한 여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안 할 수 없는 남편의 단호한 결의로 가정에서 추방된다. 여인은 절규하고 남편의 눈길을 땅으로 내리지 못해 허공에 고정된다. 그녀 미상의 목표처럼.

문제는 본부인 아들을 자기 아들이 희롱했다는 오해에서 시작되지만, 내막은 본처의 강짜가 발동한 것이다. 신의 이름으로 추방 결정의 비겁함을 변명하는 남편을 천륜으로 인륜을 거역하는 비루한 인생으로 치부한다. 여인은 바로 그 신의 이름으로 남편을 저주한다.

혼인을 빌미로 신분 상승의 욕구가 전혀 없었던 여인은 우호적 관계였던 여주인의 요구에 응한 출산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출산은 종이 신분이나마 평평한 삶을 원하는 그녀에게 복을 가장한 화였다. 이미 임신으로 인한 가출 때부터, 이 집의 사람일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가 출산하라는 신의 음성을 따라 돌아온 집이다. 그때, 주인에게만 아니라 황송하게 여인에게도 별, 모래 같은 자손의 약속이 있었다. 물도 음식도 떨어진 두 번째 추방에서는 그 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일들이 사랑을 축으로 이루어진다니 동의 되지 않는다. 자기 죽음을 매개로 아들의 생존을 탄원한다. 그 비명에 눈앞에 우물이 열리고 그 우물로 생존한 모자는 광야의 민족으로 번성했다.

3. 사랑이 한 일

아비가 자식을 제물로 바치는 이유가 사랑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 신을 향한 사랑이 만나는 점이다. 신도 사랑하는 아들의 믿음을 스스로 시험하는 사건이다. 최고의 가치인 신께 바치는 것은 최선의 사랑이어야 했다. 그럴 수 없지만 조금 덜 사랑했지만 그럴 수 없으니 사랑은 무서운 것이다. 해 내기에 불가능하지만 하지 않기도 불가능한 일을 사랑이 해내러 가는 사흘 동안 아들은 성숙한다. 그 여정에서 아버지의 발설하지 않은 말이 더 깊다. 말 대신 장작에 제물을 올려 잡는 것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아버지, 급히 바치라는 말을 중단하라는 말로 바꾸시는 신, 모두가 사랑으로 된 일이다. 바치라는 분이 바치는 역할로 동일시되는 신비다. 실상 우리가 바치는 모든 것은 그분이 마련해 주신 것들이 아니던가. 사랑을 시험하시고 시험에 낙오될 것을 더 염려하시는 쪽은 출제자시다. 제물이 될 뻔한 아들도 그 과정을 시험으로 겪어 성장한다. 결국 신께서도 시험자가 아니라 스스로 시험에 뛰어든 분으로 그 과정을 통과하신다. 아들은 평생 그 일을 풀어 사느라 사색의 사람 되었다. 말로 되지 않는 사랑이 그리 한 것이다.

4. 허기와 탐식

아버지 이삭은 큰아들 에서를 사랑해서, 강복(降福)이 아니라 가진 것 이상을 주는 축복(祝福)을 고지한다. 단순히 장자인 것이 편애의 이유는 아니다. 이삭은 맛으로 먹는 미식가가 아니라 허기를 채우는 탐식가다. 위장이 음식으로 가득 차도 여전한 불만족은 제물로 드려졌던 이삭의 심리적 결여에서 비롯된다. 그 식탐을 채워주는 에서를 사랑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서울: 문학동네, 2020.                                   <다음호에 계속>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독자기고

item34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