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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74호] 2023.02.01  16: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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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

‘문준양’ 교수의 『우리역사과학기행』 (출판:동아시아)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서양식 세계 지도 중 제일 먼저 조선에 소개된 지도는 곤여만국전도이다. 서양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1602년에 중국에서 제작한 이 세계 지도는 하나의 타원형 안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구대륙과 신대륙 모두를 포함하는 전 세계의 지역이 그려져 있다. 17세기 이후 서양식 세계 지도를 처음 본 조선의 사대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종래의 전통적인 세계 인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조선 사대부들이 처음 본 세계지도에는 그들이 세계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중국 중심의 직방세계가 드넓은 세계의 아주 좁은 지역으로 그려져 있었다. 조선의 사대부들을 경악케 했던 것은 그동안 이단의 세계라 믿었던 미지의 세계가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살고 있는 실재의 세계라는 사실이었다. 

자신들의 눈앞에 보이는 서양 선교사들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또한 서양식 세계 지도가 구형의 땅을 전제로 그려졌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터이다. 이것은 평평한 땅 위에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가 펼쳐져 있어 그 위는 하늘이요, 아래는 땅이라는 종래의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저 땅 밑에 사람들이 거꾸로 매달려 살고 있다니, 게다가 둥그런 지구 위에서 보면 세계 문명의 중심인 중국은 전혀 중심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중화와 오랑캐의 구별이 모호한, 문명과 야만의 구분이 사라진 형세였다. 이러한 사실은 중화주의적 세계관을 지닌 어느 유학자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날 수 없었던 조선 유림사회는 객관적 사실을 토대한 서양식 지도를 거부합니다. 객관적 사실보다도 자신들의 전통을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객관을 배제한 중화 중심의 천하도를 제작하여 유림적 가치관을 보수하고 지켜내려고 합니다. 또한 땅의 모양이 둥근 구형이고 사람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일 수 없는 객관이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놀랐을까요? 그래서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긍정할 수도 없었던 자신들의 지식적 한계를 침해당하지 않기 위해 정보와 지식을 더욱 통제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집스러움이 조선의 유림에게만 있겠습니까? 현재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고 내세의 세계 곧 영생과 영멸의 세계가 있음을 제아무리 역설해도 믿지 않습니다.

그 세계가 객관과 과학을 넘어선 세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필자는 14년 전 어느 날 잘 못 전해 받은 약물을 과복용하게 되어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조여 오는 심장의 고통과 함께 하얗게 변화되는 세계가 보이는 의식과 몸이 분리되는 순간, 하나님이시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도 크고 원대하신 존재와 대화하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이 경험을 이야기하면 믿을 수 없는 개인의 특이한 경험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가장 허구적인 천하도를 만들어내어 그것을 가르치고 지키게 하였던 유림들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복음적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면서도 내 편의를 위해 자기 합리화적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더 유림과 같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지도 저편의 사실과 죽음 직전에 보았던 그 세계가 자신이 보지 못했다고 해서 없다고 하는 것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요? 그러나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신앙적이지 못한 우리는 또한 어떠할까요? 유림들을 보며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서있는 우리 즉, 코람 데오(Corma Deo)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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