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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54호] 2022.06.23  14: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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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김선희’ 님의 『파도는 잘못이 없다』(출판:Denstory)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저는 사체를 많이 보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매일 수많은 고등어의 사체를 접합니다. 고등어가 무슨 사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먹는 생선 대부분은 사실 사체가 맞습니다. 상품 가치가 없어 바닥에 버려진 생선을 운송 차량이 밟고 지나가고, 그 주위에는 언제나 갈매기와 파리 떼가 들끓습니다. 사체라는 먹잇감을 두고 서로 경쟁을 펼치는 갈매기와 파리들에게서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집니다.

 경쟁에서 이긴 놈들은 사체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갑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생명의 죽음을 섭취함으로써 힘을 얻으니까요. 한 생명체에게 죽음이란 그 존재로서의 끝을 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관점으로 본다면, 그것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 수 있습니다. 죽음을 통해 다른 생명체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하고, 때론 파란 하늘이, 구름이, 공기나 물이, 또는 땅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가의 글을 통해 인간의 존재적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전통적인 종교적 관점은 사람을 윤회라고 하는 순환적 존재로 이해합니다. (물론 이 하나의 개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지만, 일반적인 생각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생이 있으면 전생이 있고 후생이 있습니다. 이생에서의 삶이 다음 생을 결정하며 다른 생명체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순환적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과학적 순환 관계로 생명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생명체의 각 요소는 먹이사슬에 의해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가 되어주어 순환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등어가 먹을거리가 되어 에너지원이 됨으로써 또 다른 존재로 다시 존재하게 된다는 작가의 관점이 틀린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땅의 한 요소가 되어 나무의 생명원으로 혹은 물과 함께 수증기나 구름 혹은 대기가 되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세상에 존재했던 생명체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작을 하고 있다고 작가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남기려 하고 있습니까?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남겨줄 수 있기를...”

그러면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사람은 어떠할까요? 누군가의 에너지가 되지 못하니 존재의 의미는 없는 것일까요? 물론 인간의 몸도 결국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땅에 묻히기도 하고 승화(화장)되어 공기 중으로 그리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른 존재의 에너지로 다시 시작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존재 의미는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에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가며 이름 혹은 의미를 남김으로 존재의 가치를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람은 어떤 삶을 살며 어떤 영향력을 세상에 남기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남기려 하고 있습니까?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아브라함이, 양치기 어린 소년에 불과했던 다윗이, 갈릴리의 자영업자이며 밤새 그물을 던지도록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갔던 베드로가,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득했던 사울이라는 청년이, 사람들의 속옷과 겉옷을 지어 베풀며 이웃들과 어울려 살았던 도르가 등 우리 믿음의 선진들의 이름이 지금까지 세상에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에게 물려줄 만한 대형 아파트는 아닐지라도, 사람들에게 길이 일컬어질 이름이 아닐지라도, 누군가 내 이름 석 자를 기억해 줄 만한 책 한 권이 없다 할지라도 믿음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면 그만한 가치로움이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무엇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겠습니까?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유산은 영원한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되고 여러분이 기억될 것입니다. 할렐루야!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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