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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칼럼(35)

기사승인 [554호] 2022.06.23  11: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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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우는 시간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고 사람들의 왕래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그 동안 사람들은 이동의 제약을 받아서 그런지 너도나도 여행에 목숨을 걸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유행 시기가 한창일 때, 자연은 오히려 한 숨 돌리면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역설적인 상황을 경험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게 되면서 자연은 인적이 드문 곳에 생명의 씨앗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장의 기계가 멈추면서 굴뚝의 연기는 사라지고, 사람들의 이동이 정지되면서 발자취에 따라 다니는 쓰레기가 줄면서 자연은 오히려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나가면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려고 안달 난 것 같아 보였다. 약속이 있어서 서울역에 갔더니,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는 기차역 대합실이 텅텅 빈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긴 행렬을 하고 있고, 기차표는 전부 매진이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지금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은 더 이상 구할 수 없고, 해외 비행기 티켓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람들이 이젠 모두 그 동안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여행을 만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동안 사람들의 지친 피로감과 누적된 시공간의 제약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 힘든 2년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어려움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는 그 순간부터 자연은 서서히 병들어 가는 사실을 말이다. 자연은 말없이 사람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었다. 지금 이 순간도 자연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자연은 가만히 두면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일을 수행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연에게 다가가고 있다. 자연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없이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고 돌아온다면 자연은 서서히 병들어 갈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게는 잠시 쉴 수 있게 자연의 공간이 사람들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자연에게는 슬픔의 시간이 시작된다. 누구에게는 슬픔의 시간이 시작될 때 또 누구에게는 기쁨과 쉼이 되는 것인가? 자연의 역설이 여기서 끝날 것인가? 자연이 슬퍼하는 시간을 우리는 침묵할 것인가? 하버마스(J.Habermas)는 <인간이라는 자연의 미래>에서 인간중심적 가치관을 비판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영역에 침범하면서 자연의 순수한 존재를 인공적으로 대체하려는 인간중심적 기획을 비판한다. 그렇다면 자연의 역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자연은 사람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면 다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자연으로 다가가는 시간에 쓰레기 담을 재활용 봉투를 가지고 가면 해결된다. 자연이 주는 초록의 축제와 향연을 느끼고 돌아오는 길에 생긴 쓰레기는 가방에 담아 오면 되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그렇게 해 주길 바라고 있다. 자연은 우리가 조용히 초록의 향을 맡고 ‘있는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된다. 우리가 자연의 생태 공간에서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순간 자연이 우는 시간이 시작된다. 자연이 울게 되면 결국 그 울음의 피해자는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종식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자연으로 다가갈 시간들이 많아진다. 그 때 우리는 자연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자연이 울고 웃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결과와 댓가는 바로 인류 공동체에게 미치게 될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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