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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51)

기사승인 [494호] 2020.10.14  1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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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을 보며 걷는 가을밤

위 영 작가 (본지논설위원)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예배 앞에 대면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예배는 정신없이 살다가 정신을 차리는, 시끄럽게 살다가 문득 고요해지는, 나를 잊고 살다가 나를 찾게 되는, 세상 모든 만물 속에 존재하시는 그분과 만남인데 거기에 대면 비대면이라니, 그러다가 소스라치듯 어느 순간에 든 생각! 혹시 그분과 내내 대면 예배를 한다면서 비대면 예배를 하고 있지 않았나,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는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는 내 플사에 기록된 단어이다. 궁궐을 짓고 난 후 느낌으로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검소함부터 화려함까지 섭렵하되 누추함과 사치는 경계하라는 말일 것이다. 궁궐을 사람으로 바꿔도 좋다. 겉은 소박하나 그 내실은 당당하고 아름다운 외양과 함께 그 내면은 따뜻하게!(사치는 왠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단어이다)


빌립보에 보내는 편지에서 바울은 쓰고 있다.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자세히 보면 바울은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족하는 것을 배우니 비천도 풍부도 별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비천한 사람도 풍부한 사람도 사랑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지니고 있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지는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통계란 어떤 사실의 경험치를 모아 요약된 수치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들을 모아 더 나은 생활을 위한 담론이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신문기사에서 서독인들은 29평 아파트에 살고 동독인들은 24평에 산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 통계는 왜 내는 걸까, 아무리 궁구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굳이 이런 경제적 차이가 기반된 프레임을 씌운다면 동서독인들 모두에게 유익할까? 그 차이를 알아서 도움이 될까, 기실 차이는 세상 만물에 가득하다. 하다못해 한 엄마 배 속에서 자라난 언니와 나를 봐도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약했고 나는 태어날 때부터 통통했다. 한 부모 아래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 비슷하게 배워도 삶의 갈래는 천양지차로 다르다. 다름과 차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모든 다름과 차이는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왜 경제만 같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경제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오죽하면 가난은 왕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을까, 그러니 아파트 평수로 다름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전의 삶에서 변화된 모습일지, 행복의 척도일지, 가치와의 공존일지, 이런 의미 지향점이 있는 통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포도순절이 지나가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가을 언어는 풍성한 마음과 음식에 기대어 있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더욱 심한 갈증에 허덕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깊은 밤 사람 드문 산책길에 달은 더할 나위 없는 근사한 친구다. 달을 대면하고 걷는다. 나 같은 사람, 달에게는 언제나 비대면일 것이다. 그러면 또 어떤가, 어쩌면 달을 바라보는 것은 달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달을 보는 위장?속에서 더 선명한 나와 만나는 것, 라캉은 거울에 비친 이미지에 매혹당하고 그 이미지에 따라 자아를 형성한다고 했다. 기기 시작하는 아이들 앞에 거울을 놓아주면 자신과 한참 논다. 거울은 물리적인 거울뿐 아니라 타자도 나의 거울이 될 수 있다. 홀로 있는 달은 삶 역시 홀로 가는 길이란 것을 가르친다. 높이 떠 있는 고고한 모습은 내게 삶을 조금 벗어나라고 속삭이며 다른 길이 보일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달은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 변하지 않으면서 변한다. 달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 사색은 깊어지고 밤길은 아름다워진다. 저 달 역시 나의 거울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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