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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작가 김현희가 바라본 ‘올해의 공연’, 연극 ‘갈매기’ 리바이벌 ‘대중적 인기 폭발’

기사승인 [638호] 2025.03.07  11: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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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톤 체호프의 희곡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

관객들은 극적 흥미와 인간 내면의 의미 되새겨

서울 종로구 ‘제이원씨어터’에서 공연

연극 ‘갈매기’는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이다. 체호프의 4대 희곡 가운데 첫 작품이다. 1895~96년 사이에 완성되었다. 처음에는 모스크바의 말리 극장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지만, 사정이 좋지 못해 1896년 11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알렉산드린스키극장에서 시연했다. 이곳은 1888년 체호프의 ‘이바노프’가 공연된 극장이었기에 체호프 작품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안톤 체호프는 ‘갈매기’에서 무대 조건을 거스르면서까지 희곡의 새로운 형식과 주제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시도하였다. 그는 결국 새로운 희곡의 전형을 탄생시켰는데, 집필 기간에 쓴 편지를 보면 스스로 전통적인 극 형식과는 다른 희곡을 썼다고 한다.

연극 ‘갈매기’는 많은 사람들의 대중 공연에 의해 꾸준히 무대에 올라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8년에 영화화되었다. ‘레이디 버드’로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시얼샤 로넌이 니나 역할을 맡았다. 연극적인 요소의 예술 영화가 보통 그러하듯이, 대중적 인기를 도모하기 위한 흥행에는 실패했다.

연극 ‘갈매기’는 총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였으며 객관주의 문학론을 주장한 극작가다. 연극에 참여한 한 배우는 “갈매기 대본을 읽었을 때도 마지막이 참 허무하면서도 뭐가 더 없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어찌 보면 사실대로 표현된 부분인 거 같아 작가가 더 개입되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이다”고 전했다.

올해는 연극 ‘갈매기’가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주변의 ‘제이원씨어터’에서 공연되었다. 쉬는 시간 없이 ‘135분’ 간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은 생동감있는 공연으로 관객들과 호흡했다. 2015년도에는 초연 7주간 전회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도 전회 좌석 매진을 기록하며 배우들의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관람하는 등 살아있는 배우들의 역할에 생생하게 매료되었다. 3개월 이상의 깊이 있는 연습 과정을 거친 배우들이 서로에게 진짜 영향을 주고받으며 차분하게 쌓아 올린 감정의 흐름은 이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전율과 같은 것이다.

이 연극의 공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막에서 뜨레플레프는 가족들 앞에서 니나를 주연으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한다. 하지만 아르카지나는 아들의 희곡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이 때문에 화가 난 뜨레플레프는 공연을 중단한다. 뜨레플레프가 자리를 떠난 사이 니나는 뜨레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니나는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금방 자리를 떠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마샤는 도른에게 자신이 뜨레플레프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제2막에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카지나는 자신을 자랑해 보이고, 소린과 도른은 논쟁을 벌인다. 아르카지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샤므라 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던 뜨레 플레프와 마주치지만, 뜨레플레프는 뜨레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자리를 떠난다. 뜨레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뜨레고린은 창작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지만 니나는 그에 대한 동경과 함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내비친다. 뜨레고린은 뜨레플레프가 사냥한 갈매기를 보며 새로운 소설을 구상한다.

제3막에서 뜨레플레프와 뜨레고린의 사이는 악화되고, 결국 뜨레플레프는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한다. 아르카지나와 뜨레고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샤는 뜨레고린에게 메드베첸코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르카지나와 뜨레플레프가 만나고, 뜨레플레프는 아르카지나에게 붕대를 갈아달라고 요청한다. 두 사람은 뜨레고린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충돌하지만 곧 화해하는 듯 보인다. 아르카지나는 완전히 떠나고, 뜨레고린은 놓고 온 물건을 찾으려다가, 니나와 마주친다. 니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하고, 뜨레고린은 그녀와 재회하기로 약속한다.

제4막에서 2년이 흘렀다. 그사이 뜨레플레프는 소설가가 되었고 니나는 뜨레고린과 연인이 되어 그의 사생아를 낳았지만 아이는 죽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온다. 메드베첸코와 마샤는 결국 결혼한다. 하지만 폴리나가 그렇듯이, 마샤는 메드베첸코를 사랑하지 않는다. 도른의 부름으로 아르카지나와 뜨레고린이 소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는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있던 뜨레플레프는 돌아온 니나와 마주친다. 뜨레플레프는 아직도 니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니나는 혼란스러워하다가 나는 당신에게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며,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할 수도 당신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하고 떠난다. 절망한 뜨레플레프는 권총으로 머리를 쏴서 자살한다. 그때 카드놀이에 모두 빠져있었는데, 뜨레플레프를 찾던 도른이 이 상황을 목격하고, 뜨레고린에게만 귓속말로 뜨레플레프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이 공연과 관련,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는 “ 안톤 체호프의 긴 희곡을 과감하게 압축하고 생략해 일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각각 캐릭터에 생기를 넣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평론가 김옥란은 “배우가 보이고 대사가 들리고 안톤 체호프의 격정이 느껴진다고”고 했으며, 평론가 강일중은 “저마다 일상에서 겪는 무력감, 암울함, 자기연민 등의 정서가 잘 표현됐다. 그런 가운데 코미디 요소를 잘 살려 냈다”고 했다.

이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작가 스스로 ‘제4막으로 된 코메디’라고 이름 붙인 ‘갈매기’ 호숫가를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엇갈린 사랑과 이룰 수 없는 꿈 사이에서 서성이는 인생들을 여과 없이 그려낸 것이다. 어쩌면 막장 드라마에 가까운 얽히고, 설킨 애정과 정열은 결국 극심한 갈등을 야기하고 비극을 향해 치닫게 되지만, 극이 끝난 후 관객들은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사유에 대해 고민하면서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인생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극단 휴즈(HU·ES)는 인간의 본질과 다채로운 삶의 빛깔을 담아내고자 2024년 5월 만들어진 공연단체이다. 클래식과 현대극의 조화, 배우 중심, 대중적이면서도 완성도 있는 연출,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연 등은 휴즈만의 미학적 언어를 만들어간 것으로 평가받는다.

본지에 문학작품 분석을 기고하는 작가 김현희 사모(호남 지역교회)는 “예술가들에게는 두려움 없이 시도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좋은 놀이터가 되었고, 관객들에게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해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누리는 광장이 되었다”며 “올해의 연극은 단연히 갈매기”라고 전했다.

박지현 편집국장 dsglory3604@nate.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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