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판적 책읽기- 숲속의 작은 두 연못
수정교회 서유석 사모(‘사모로 빚어가신 하나님’ 저자) |
오랜만에 교단 모임에서 만난 사모님들과 자녀교육 손주교육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주로 하던 교육 방법인 어린이 도서관 놀이가 생각나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자녀를 키우면서 중점을 두었던 교육 중의 하나는 독서였는데 그래서였는지 지금도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은 책을 늘 끼고 다니고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구독하여 읽는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많은 책을 다 사줄 수 없기에 가장 쉽게 이용한 방법은 도서관 활용이었다.
우선 가족들이 가까운 공공 도서관을 방문하여 도서 대출 카드를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 가는 날로 정하여 가급적 그날은 온 가족이 도서관으로 출동한다. 하루종일 실컷 책을 읽고 식당에서 국수도 사먹고 올 때는 가족 수 대로 최대 분량의 책을 빌린다. 이럴 때는 반드시 코스트코 가방 같은 에코백을 미리 준비한다. 책을 빌려주는 기간인 2주 동안 몇십 권의 책을 빌려서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예쁜 그림이 보이게 펼쳐 놓는다.
책을 읽어줄 때는 첫 장부터 끝까지 다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몇 장만 처음에 보여주고 내용을 소개하며 호기심을 자극하여 스스로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보조만 해준다. 아이가 책을 한권 다 읽으면 그 내용을 가지고 함께 질문하고 대답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읽고 이해하는 법, 스토리를 추론하고 요약하는 법, 장시간 의자에 앉아 집중하는 법, 토론하고 대화하고 나와 다른 의견도 들어주고 조율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특히 책을 다 읽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자연스러운 비판적 읽기,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우게 된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의 영역이 골고루 개발되며 정보수집과 의사소통, 설득에 탁월한 사람이 될수 있다. ‘개인적인 책 읽기’ 후의, ‘후속 활동’이 더욱 중요한데 이는 현대 아이들의 개인 중심 놀이문화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사람으로 훈련받을 수 있게 된다.
캐나다의 미디어학자인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주장하며 결국은 미디어를 만든 인간이 미디어를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며, 인간 의사 전달의 확장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책을 포함한 모든 미디어에는 메시지가 있고 제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바른 기준에 의한 비판적 수용만이 미디어의 일방적인 영향으로부터 수용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 후에 함께 대화하는 것은, 아니 더 나아가 모든 미디어(요즘은 특히 유튜브)를 소비하고 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균형을 잃어버리고 좌로나 우로 치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어릴 적에 읽어주었던 동화책이 기억난다. 숲속의 작은 두 연못에 관한 그림책이었는데 색감이 따듯하고 예뻐서 지금도 한 장면 한 장면 기억이 난다. 주인공인
‘연못’은 깊은 숲속의 작은 옹달샘으로, 땅속에서 사철 내내 퐁퐁 맑은 물이 샘솟는다. 숲속의 동물들은 연못가에 옹기종기 모여 샘물을 마시고 갈한 목을 축이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끔 연못에 나뭇잎이 떨어지면 숲속 친구들은 물을 먹기 위해 이파리를 건져내서 연못은 항상 깨끗했고 누구나 와서 물을 마실 수 있는 소중한 곳이 되었다.
반면 또 다른 연못이 있는데 이곳은 ‘욕심장이 연못’이다. 이 연못도 깊은 숲속에 사철 맑은 물이 샘솟았다. 그러나 이 연못은 언제부터인가 숲속 동물들이 자기의 물은 먹고 가는 것이 아까워 낙엽으로 자신의 물을 감추었다. 그렇게 한겹 두겹 나뭇잎이 쌓이면서 결국 그 샘은 더러워지고 동물들에게 잊혀갔다.
맑은 샘물 같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엇이 주인이 되고 있는가? 세상의 세속적인 가치관이 필터 없이 흡수되어 우상처럼 자리잡고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샘물은 자신을 투명하게 개방하고 나누어주어야 건강하게 존재한다. 읽고 보고 들은 것을 가까운 이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면서 낙엽은 치우고 혹시 쓰레기가 보이면 건져 주어야 한다. 그럴 때 건강한 삶, 성숙한 나눔이 있는 가정과 공동체가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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