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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183>

기사승인 [617호] 2024.06.27  08: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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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즈

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사이는 그림들’ 저자)

히어로즈로 뽑힌 은우, 네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아마 포스코에서 직접 은우의 학교로 와서 시상한 것 같구나. 포스코 이사는 꽃다발을 들고 은우는 상패를 들고 있다. 학교에서 신는 슬리퍼에 귀여워 보이는 인상, 단단한 모습을 든든해 보이는 다리가 지탱하고 있다. 오히려 교장 선생님 다리보다 더 발을 넓게 펴고 서 있다. 거침없고 구김 없는 모습이다. 어떤 인생이 닥쳐온다 해도 다 헤쳐 나갈 것 같은, 그래 저런 모습이니 그렇게 담대할 수 있었겠지. 팩트는 이렇다. 은우는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늘 다니던 형산강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려는 남자를 목격한다. 은우는 그대로 달려가 ‘남성의 다리’를 붙잡는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며 ‘남성의 다리’를 잡고 “제발 살아달라”고 설득했다. 남성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은우는 “무조건 아저씨를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는데,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은우의 그 몇 마디 안 되는 말속에 우리 살아갈 지표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무조건’, 우리는 너무 조건을 따지는 시절을 살아가고 있지 않니, 우리는 무조건 속에서 태어났고 무조건한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자라났고 무조건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지, 사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거의가 무조건이지 않니? 조건 없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언제부터 우리를 지배한 것일까? 마치 조건 없는 행동은 어리숙한, 바보스러운 사람이나 하는 일로 치부하면서 말이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그늘이 없어져 살기 어려워진 원숭이 집단체가 더욱 사나워질 것이라는 인간의 추측을 뒤집고 오히려 그 이전보다 서로에게 친절해졌다는 연구 보고서를 읽으며 놀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추측에 원숭이가 시원스레 어퍼컷을 날린 거지. 그러면서 우리에게 묻는 듯했다. 니들이 사랑을 알아? 원숭이를 알아?

은우의 ‘살려야겠다는 일념’도 생명을 존엄하게 여겨야 한다는 우리의 지표이기도 하지. 너무나 무자비한 살상이 자행되는 생명경시의 시절이구나. 전쟁 앞에서 초개처럼 죽어가는 그 젊은 생명들(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그 자신이나 그의 자식들을 전쟁의 전면에 세워야 해!) 전쟁뿐 아니지. 자신을 거절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귀던 여자들을 죽이는 사람들이 있질 않나, 층간 소음 때문에 일어나는 살인, 이름도 무서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살인은 또 뭔지,

은우는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았지’ 아무리 하지 무렵이라도 밤 아홉 시면 어둑어둑했을 거야. 빛이 가리고 있던 두려움이 슬슬 움트는 시간, 아마 강물 위로 내리는 어둠 때문에 어서 집에 가야지, 은우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리 위에서 떨어지려는 사람, 처음 보는 풍경이었을 텐데 어떻게 그리 금방 유추를 한 거지? 더군다나 어린 네게 그 낯선 상황은 두렵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봐요, 그러시면 안 돼요, 아마 말로 시작했을 거야, 그런 내 말을 들으며 당신이 뭘 알아?? 분노로 더 재빨리 강물로 뛰어들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는 거침없고 민첩한 모습으로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았지. 그 놀라운 행동의 실천에 경의를 표하고 싶구나. 보지 않아도 선해, 네가 네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 아저씨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으리라는 것, 어쩌면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선 사람은 생각이 복잡했을 거야. 아니 지금, 이 상황은 뭐지, 이 낯선 아이는 누구인데 나더러 살아달라고 사정을 하는 거지?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마 그는 너의 그 무조건한 외침과 행동, 자신의 다리를 세게 붙잡았던 너를 생각하며 살아갈 힘을 얻었을 거야. 설령 또 강물 위에서 죽음을 생각할 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다시 너를 기억할 거야. 누군가 노래했다. 외로움을 이겨낸 사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그런데 김은우, 너는 정말, 참, 진심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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