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세상(62)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도심의 지하철역 주변은 많은 음식점과 커피숍 그리고 편의점과 마트 등이 가까이 있어서 사람들은 이 장소를 역세권이라고 부른다. 도시인들은 역세권의 붐비는 지역의 특성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역세권은 슬세권, 스세권, 맥세권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서 그곳을 부르고 있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역세권이 합쳐져서 생긴 말이다. 슬리퍼를 신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역 주변의 여러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조건을 말한다.

그리고 스세권은 말 그대로 스타벅스 매장이 집 주변에 가까이 있어서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지역의 편리성을 말한다.

요즘 들어 새로 생겨난 맥세권은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나 또는 맥도날드 매장이 가까이 있는 곳을 말한다. 이처럼 이 모든 이름들은 주거지에 다양한 편의시설이 근처에 있으면서 생겨난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편리하고 간편한 시설이 갖추어진 도심의 오피스텔은 어떻게 갑작스럽게 많이 생겨난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와 혼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여 지하철역 주변에 소형 평수의 1인 가구 오피스텔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그 지역 주위로 여러 상권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서 새로운 신조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살펴보았듯이, 스타벅스, 맥도날드와 같이 간편한 패스트푸드 매장이 주거지역 근처에 있으면서 생겨난 신조어들이 등장한다. 다시 말해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하거나 1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커피 매장에서 그 업무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신조어들이 등장했다.

도시인들이라면 쉽게 눈에 띠는 원룸이나 소형 평수의 오피스텔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대학가나 직장 근처에 많은 오피스텔 또한 1인 가구를 겨냥해서 그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만들어진 수 많은 신조어들이 등장한다. 혼밥(혼자서 밥먹기), 혼영(혼자서 영화보기) 등 많은 신조어들이 1인 가구와 관련되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의 등장으로 혼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이나 여가 생활 그리고 1인 가구의 구매를 위한 소형가전이나 상품 등 혼자서 소비하고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쓸쓸함을 느끼는 시간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혼자서 시간을 많이 보내려니 그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

혼자서 여가를 보내다 보니, 그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쓸쓸비용’이 늘어난다. 이 말은 주로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대신해서 혼자서 즐기는 활동을 찾는 데 따른 비용을 말한다. 잠시 고독의 시간이나 외로움을 대신하기 위해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전시회를 가든지, 또는 혼자서 맛집을 찾거나 혼자서 여가 생활을 하기 위해 여러 비용들이 지출될 수도 있다. 현대인들은 이런 ‘쓸쓸비용’ 부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가족이나 식구가 함께 있어도 이러한 비용이 들기는 하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혼자서 사용하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쓸쓸비용이 더욱 늘어나면서 오히려 가족이나 공동체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지출되는 쓸쓸비용을 통해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추세는 앞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또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