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고리 1세와 대중의 신앙
박용궁 목사(D.Min., 많은샘교회 담임, 미국 루터신대(LTPS) 졸업) |
그레고리 1세, 혹은 대 그레고리(Gregory the Great, 540~604)는 540년경 로마 원로원 가정에서 태어난 인물입니다. 롬바르드족이 침범했을 때에는 로마의 행정관입니다. 하지만 그는 574년경 사재를 털어 수도원을 설립하고 빈민 구제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케리안(Caelian, Celio) 언덕에 조성된 성 엔드루 수도원의 일원이 됩니다. 579년 감독 펠라기우스 2세(Pelagius II)의 대사로서 콘스탄티노플에 파견되어 로마에 대한 원조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586년에 로마로 복귀하여 감독을 보좌하는 집사가 됩니다. 롬바르드족의 침입과 흑사병의 창궐 가운데 펠라기우스 2세가 죽자, 590년에 그레고리는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그는 역사상 수도사 출신의 첫 번째 교황입니다. 정치적으로는 595년, 롬바르드족과 평화협정을 체결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이른바 “하나님의 종들 중의 종”라 칭합니다. 이를 통해 종교회의의 결정이라도 로마의 인정이 없다면 효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교회 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른바 그레고리오 성가(그레고리 찬트)를 정착시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가 작곡을 하며 노래를 부를 때, 음악가가 악보로 받아 적게 합니다. 그런데 그가 한 소절을 부르고 한참 있다 다음 소절을 부릅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음악가가 커튼 너머로 보니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교황의 귀에 구술할 내용을 속삭여 주면 교황이 듣고 따라 부릅니다. 그래서 그레고리 찬트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예배에 있어서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를 강조하고 의식을 간소화시켜 미사의 기초를 놓습니다. 나아가 영국 복음화에 업적을 남깁니다. 이후로 로마의 감독은 교황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를 통해 교황은 중세 기간 동안 영권과 세속권의 관할자로 보게 하는 신국의 초석을 놓습니다.
또한 신학을 목회에 접목한 인물인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교회에 적용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 사상을 받아드리고 죄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받는다고 합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성찬식 가운데 이루어지는 보상내지는 보속입니다. 여기서 나아가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는 길을 진정한 회개(Contritio cordis), 고해(Cofessio oris), 사죄선언, 보속의 행위(Satisfactio operis)로 세분합니다. 이것이 고해성사의 기초가 됩니다. 그 가운데 보속행위가 부족한 이들을 위한 성인들의 잉여공로 사상과 연옥설이 발전하게 됩니다. 대중에게 있어서 성인은 순교자 숭배로부터 발전되어 일종의 영웅처럼 여겨집니다. 그리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밝히는 예식이 생성됩니다. 성인이란 자기의 구원을 넘어서는 덕행이 넘치는 자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순교자입니다. 성인의 넘쳐나는 공로는 기적을 부릅니다. 그래서 자기 구원 외에 남은 공덕은 그 성인에게 기대어 간구하는 이에게 나누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모든 성인들 가운데 으뜸은 마리아입니다. 기독론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마리아는 모든 피조물 가운데 제일의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칼케돈 신조에서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theodokos)라고 합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사람보다는 신에 더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사람과 동떨어진 존재가 될 위험성을 가집니다. 이것을 보완하는 형태로 마리아가 중재자로서 부각되어 숭배됩니다. 또 4세기를 지나며 천사 숭배 사고도 발전합니다.
이런 시기의 그레고리는 교회의 실질적 관심과 대중적 기독교에 중점을 두어 아우구스티누스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기적, 천사, 악마 등의 개념과 인간의 구원에 관심을 가집니다. 실생활에서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며 매일 12명의 가난한 사람들과 식탁을 같이 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12명이 아니라 13번째 자리에 함께 한 이가 있는데 천사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13’이라는 숫자는 가룟 유다의 의미로 여기기에 서구에서는 싫어하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그레고리는 이를 통해 배신조차 용서할 수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했다고도 합니다.
교황 성 그레고리 1세의 행렬(자코보 주끼(Jacopo Zucchi), 16세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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