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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68)

기사승인 [511호] 2021.03.31  17: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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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묘막측

                위 영  (본지 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저자)

무려 넉 달을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달려 가야 하는 곳 <마션>, 영하 46도의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런 기이한 곳에 혼자 남게 된다면 그 마음은 어떨까, 무한 긍정의 주인공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오면서 긴 시간이 되리라는 판단 속에서 감자를 심는다. 거주 막사에 비닐을 깔고 화성의 땅을 파와서 사람의 배설물을 섞고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서 물을 만든다. 농작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그 땅을 점령하는 일이라는 대사도 있다. 감자는 화성에서의 긴 시간 동안 그의 목숨을 지탱해주는 음식도 되지만 그에게 삶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아니었을까, 감자 싹이 보이는 순간 가슴속에 등이 반짝 켜지는 것 같았다.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의 순간들’을 읽었는데 꽃으로 낚시를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꽃 낚시라니? 오메 신선해라, 아주 드문 풍경이 아닌가, 나는 좋은 것들에 풍경을 대입하는 버릇이 좀 있다. 완전한 비유는 아니더라도 거의는 비슷하고 또 살짝 비껴가기 때문에 우아한 은유가 되기도 한다. 후지와라 선생도 꽃 낚시 이야기를 듣고 처음 충격을 받았다. 수소문해서 발리 어딘가 깊은 산골을 찾아갔다. 꽃 미끼는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흘러넘치는 곳에서 크는 수초였는데 바로 空心菜의 꽃이었다. 사진을 보니 나팔꽃이나 메꽃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조금 작고 색깔은 하얘서 마치 수수한 깨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꽃잎을 여덟 겹으로 접어 삼각형을 만들고 바늘에 고정해 미끼로 삼는다고 동네 농부가 일러줬다. 그는 마치 신선처럼 자그마한 늪에서 낚시를 했고 구라미를 잡았다. 공심채가 궁금해서 검색했더니 내가 아는 식물이었다. 중국 남방이나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나물, 시금치 비슷하고 식감이 좋은, 그나마 별다른 향신료를 넣지 않고 볶은 나물이라 자주 손이 가곤 했다. 공심채는 마음이 텅 빈 채소라는 뜻인데 실제 나물의 속이 대나무처럼 텅 비어서 붙인 이름일 것이다. 수생식물이라 물을 좌악 빨아들이기 위해서 저리 맘이 텅 비어 버렸을까? 생각해보니 미나리도 속이 비었다.

그리고 시금치도 날이 더워져서 웃자라게 되면 속이 텅 비어간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스승님들께서 주로 하시는 말씀이 맘을 비워라!네 그러니 공심채는 도를 아는 식물이고 시금치와 미나리도 마음을 비운 식물들이네. 구라미도 마음을 비운 식물의 꽃이라 좋아하는 것일까, 참 신기하다. 어떻게 구라미는 꽃을, 꽃향기를 아는 것일까, 죽을 줄도 모르면서 좋아서 덥석 무는 것일까, 도대체 공심채의 꽃을 미끼로 쓴 맨 처음 사람은 어떻게 꽃을 미끼로 쓸 생각을 했던 것일까, 어떻게 구라미가 물줄 알았던 것일까,

이른 봄 밭둑의 꽃들을 보면 그들은 말 없는 현자다. 얼마나 지혜로운지 양지바른 땅에 등을 꼭 대고 피어나 있었다. 등 시리지 않게 차가운 바람을 견디기 위해 그들은 아주 작게 태어나는 것이다. 냉이꽃도 겨우내 등을 딱 붙이고 살아온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다. 꽃다지의 몸은 땅에 방석처럼 펼쳐있다. 보라색의 개불알풀, 이름이 흉하다 하여 봄맞이 풀로 개명된 그는 손가락 한 마디도 못 되는 키를 지녔어도 우아하고 당당하다. 이름 같은 것, 그게 뭐가 중요해, 난 나다, 난 봄꽃이다. 난 존재야. 하긴 눈을 녹이면서 피어오르는 꽃도 있으니.....새싹 꽃잎들이 땅을 뚫고 단단한 나무를 뚫고 피어오르는 힘이 수 톤이라고 하는데 작은 식물의 힘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이야기다.

햇살이 모두를 비추며 말을 거는 시절. 신묘막측함이 절절히 느껴지는 시간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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