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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진교수의 구약성서강론(111)

기사승인 [585호] 2023.05.25  19: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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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더서의 신학적 구조와 내용 분해

최종진 교수 (서울신대 제13대 총장, 동대학 명예교수)

4. 에스더서의 구조
그러나 에스더서의 모든 사건은 왕궁을 배경으로 일어난 사건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왕궁 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왕의 허락 없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성경을 읽는 자들이 1차, 2차, 3차 귀환의 사건에만 관심을 집중하기 쉬우나, 사실은 이 에스더서에 나타나는 유다인 학살 계획과 이 위기에서의 유다인 구원사건은 1차 귀환과 2차 귀환 사이에 일어난 유다민족의 생존과 밀접하면서도 바로 여인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에 이리는 구원사적 씨 흐름의 단절이라는 위기에서 역전승하여 그 씨 흐름이 존속되는 것을 보여주는 신학적 핵심 사건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A. 전체적 내용 분해
역사적 내용을 단편 소설의 형식으로 간직한 에스더서는 이스라엘의 깊은 역사적 적대 관계였던 아말렉족의 하만을 비롯한 반유다주의자들의 학살 계획에서 어떻게 극복해 나아갔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그 기술 속에는 그 역경 속에서 자신의 선택한 백성을 구원하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암시적 표현으로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유다인의 위기를 직면한 모르드개가 에스더 왕후를 강하게 설득하여 에스더로 하여금 결정적 결단을 하도록 한다. 왕후와 모르드개 사이에 하닥이라는 에스더가 신임하는 내시가 연락책을 맡아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르드개는 일의 전모를 상세히 전하면서 이 긴박한 상황에서 에스더가 왕에게 나아가서 민족 구원을 호소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을 강권했다. 그러나 페르시아 왕들은 불필요하게 성가시게 구는 일이나 불의의 암살을 방어하기 위한 의식적 관례에 둘러싸여 있었다. 안뜰에는 왕이 그의 보좌에 앉아 거하고 나라를 통치 다스리고 있었다.

왕의 부름이 없이 여기에 들어서는 자가 있으면 그 누구가 되던 모두가 죽는다고 하는 법률이 엄하게 시행되었다. 수많은 전쟁 중에서 얻게 되는 원한과 각종 포로들과 살기등등한 정적(政敵)들의 시해 음모(弑害陰謀)가 빈번한 까닭에 왕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위대(경호실)의 철통같은 경호령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에 단 하나의 예외가 적용되었다. 그것은 사전에 허락받은 자로서 왕 스스로가 이 사람에게 혹은 그 사람을 향하여 금홀(Sceptre: 금으로 된 지팡이로 왕이 통치권과 권위를 나타내는 지휘봉 같은 것이다)을 내어 밀어야 한다. 또한 사전 허락 없이 왕 앞에 나타나는 자가 오로지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왕이 그의 금홀을 내어 밀어 벌하지 말고 살려주라는 표시를 하여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왕을 만나고 싶은 자는 사전에 왕에게 만나기를 신청하여 허락에 의하여 왕을 접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왕의 가장 사랑하는 왕후라 할지라도 왕의 허락 없이 안뜰 즉, 왕의 보좌의 내전에 들어가는 것은 죽는 일을 자처하는 것이 되었다. 그래서 에스더의 당시의 법을 따라 30일이 지나도록 왕의 부름이 없었기에 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순간 에스더는 왕의 어인이 찍혀 반포된 조서를 중단시킨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왕에게 그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은 생명을 내거는 위험한 일이었다. 

에스더의 부정적 말을 전해 들은 모르드개는 “왕후께서는 궁궐에 있다고 해서 모든 유다 사람이 겪는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때에 왕후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면, 유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라도 도움을 얻어서 마침내 구원받고 살아날 것이지만 왕후와 왕후의 집안은 멸망할 것입니다. 왕후께서 이처럼 왕후의 자리에 오르신 것이 바로 이런 일 때문인지를 누가 압니까?”라고 단호하게 전하라고 일렀다. 

즉, 모르드개의 전갈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1) 에스더가 왕후가 된 것은 이때를 위한 것이며, (2) 에스더가 왕의 조서를 취하도록 중재해야 한다는 것이며, (3) 궁 안에 있는 왕후라도 역시 유다인으로 죽임을 당할 것이며, (4) 에스더가 두려움과 불신앙으로 민족 구원을 외면하면 하나님은 다른 방면으로 자기 백성을 구원할 것이 분명하지만, (5) 에스더와 일가친척은 멸하실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모르드개의 말은 “아마도 네가 이때를 위하여 즉, 네 백성을 구하는데 네 왕후의 지위를 사용하도록 고귀한 왕후의 위(位)를 얻었을 것이다”이다. 이러한 모르드개의 단호한 말속에는 에스더로 하여금 동포를 구하기 위하여 지금의 높은 왕후의 지위를 사용하라는 에스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들어왔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에스더는 “당신은 어서 수산에 있는 유다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시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게 하십시오. 사흘 동안은 밤낮 먹지도 마시지도 말게 하십시오. 나와 내 시녀들도 그렇게 금식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는 법을 어기고서라도, 내가 임금님께 나아가겠습니다. 그러다가 죽으면 죽으렵니다”라고 엄청난 결단의 말로 응답했다. 이는 모르드개가 강력히 바라던 충정의 결과였다.

바로 죽느냐 사느냐는 에스더만의 현실이 아니라 유다 백성 전체의 상황이었으나 에스더의 이런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모르드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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