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난 추명순 전도사 : 말도 출신과 도서지역 목회자의 글
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 |
이덕성 목사(전 말도교회 시무)의 글
말도의 지리적 상황
고군산군도 열한 개 섬 중 관리도, 명도, 말도의 세 섬을 바깥 쪽에 위치하고 있다하여 밭섬으로 불렀습니다. 그 세 개의 섬 중에서도 말도는 가장 끝에 위치한 섬이어서 대양에서 밀려오는 큰 물결들을 가장 먼저 맞는 곳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파도가 높은 말이 많았습니다. 당시 군산항에서 말도에 들어오려면 훼리호라는 큰 여객선을 타고 선유도에 내려서 새마을호라는 작은 배를 갈아타고 들어오기까지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 걸리던 때입니다.
섬으로 가려면 군산항에 있는 여객 터미널에 출항 여부를 묻게 되는데 배가 뜨냐고 물은 후 이어 반드시 물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말도도 갑니까?” 하며 확인하는 일이 필수입니다. 말도에는 들어올 때도 쉽지 않지만 나갈 때도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갈 수도 없습니다. 하루에 한 번만 운항하는 배가 온다고 했다가도 오는 중에 파도가 높아져서 말도까지 오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꼭 나가야 하는 사람이 발을 동동 굴러 봐도 마치 심술이나 부리듯이 바다는 쉽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다. 통상 파도가 드센 겨울철은 더욱 오고 가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한 주간 내내 한 번도 배를 볼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주민들에게 섬은, 육지로 갈 수 없는 창살 없는 감옥입니다.
추 전도사님이 함께 육지로 가자고 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배가 말도까지 오느냐의 여부입니다. 당시 말도에는 이장 댁에 가설된 유일한 전화가 있었습니다. 그 전화는 안부 전화 같은 개인용도가 아니라, 대개는 위급한 환자 발생 시와 배의 출항 여부를 확인하도록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전화로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를 걸어 출항 여부를 먼저 알게 된 사람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외칩니다. “오늘 객선 와요!” “객선 안와요!”하고 마을에 큰 소리로 전파해 줍니다. 이 소식에 따라 그날의 스케줄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날 마을에 들려온 소리는 “오늘 객선 안와요!”였습니다.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준비했던 여장을 풀고 다음 날을 다시 기약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추 전도사님은 마치 못들은 것처럼 아무 동요함도 없이 “나갑시다!”하고 제 손을 끌었습니다. 선착장에는 오직 두 사람만 덩그런히 나가서 앉아 기다리는데 한 30분이 지나니 멀리서 말도를 향해 들어오는 배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이를 본 후에야 나가려던 마을사람 몇몇이 허겁지겁 달려 나오고 전도사님과 같이 배에 올랐습니다. 추 전도사님은 배 안에 자리를 정하고 앉으시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전도사님, 제가 이 재미에 삽니다. 새벽에 성령님이 배를 보내신다고 응답하셨습니다.” 그 후로는 전도사님과 함께 나가고자 했을 때 배는 어김없이 왔습니다. 섬에 숙원이던 선착장을 지을 때는 비가 오지 않기를 결사적으로 기도하니 완공될 때까지 여름철임에도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감사의 사람
추 전도사님과 지내면서 알았습니다. 영적 거인의 특징은 삶에 있어서 감사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과 가까울수록 감사가 많다는 것을 추 전도사님은 몸으로 알게 해주셨습니다. 추 전도사님의 일상은 때마다 일마다 감사였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같이 하나님께 감사하셨고 감사를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무엇보다 예수 믿게 된 것을 날마다 감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섬에서 복음 전하게 된 것을 감사했습니다. 고군산 섬마다 성결교회가 세워진 것과 말도교회가 세워진 것은 평생의 감사 제목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 구원 여부를 안다고 하시며 회개하지 않고 죽은 사람들로 인해 애통해하시고 구원받은 사람들로 인해서는 두고두고 감사했습니다.
추 전도사님은 어디를 방문해도 무엇인가를 꼭 사서 손에 들고 가셨습니다. 또한 수중에 돈이 주어지면 반드시 헌금의 용도가 되었습니다. 추 전도사님은 거의 유일한 후원자이신 김용은 목사님께서 목회하시는 중동교회가 새로 건축되기를 간절히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작정하고 기도하는데 성령께서 어느 날 네가 먼저 헌금하라고 하셨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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