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씀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 관계적 의사소통의 계시
조안나 박사(서울신대 연구교수, 남아공 스텔렌보쉬대학 조직신학 석·박사) |
하나님의 말씀은 계시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나타나시고 말씀으로 자기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신다. 그러한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인격적이고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교제하기 위하여 우리와 소통하시는 하나님이다. 계시에는 하나님의 언어행위가 담겨 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 곡해, 희석, 오염시키지 않고 하나님 말씀의 의도와 뜻에 맞게 올바르게 반응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삶에 실재가 된다. 우리의 삶이 변화되며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해결되며, 때론 어려운 상황과 환경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여도, 우리는 문제 앞에 자유 하며 문제 속에서도 요동하지 않고 고요하고 평안함을 지닐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실재가 된다는 것, 그것은 바로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 소통과 교제가 일어나는 삶- 일상에서의 구원의 삶이다.
말씀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우리와 대화하는 언어로서 계시하는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우리와 의사소통 하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언어행위 자체가 ‘관계적’임을 말한다. 이는 대화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라는 것이다. 언어행위의 주고받음, 말 걸어옴과 말의 응대, 초청과 연합, 교제와 어울림이 일어나는 언어사건이다. 밀리오리(Migliore)가 말한 것처럼 계시는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특정 인물과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하심과 행동하심’으로 나타나고 하나님은 계시의 주체자로서 우리를 하나님의 계시에 참여시킨다. 이렇듯 하나님의 언어행위 안에는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포함된다.
관계는 의사소통의 핵심이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말의 효과와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대화하는 대상의 상호 간의 관계, 즉 친밀도에 따라 말의 성취과 반응은 각기 다르다. 청자가 화자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곡해하지 않으며 화자의 마음과 의도를 정확히 알고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청자와 화자의 올바른 관계, 친밀함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친밀함은 화자의 말에 반응하는 청자의 성숙도와 연관된다. 3살짜리 아이는 아이의 건강을 염려하여 아이의 손에서 사탕을 빼앗는 부모의 마음과 의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탕을 빼앗긴 것에만 집중하여 부모에게 떼를 쓰고 울어대지만, 성숙한 자녀는 부모의 마음과 의중을 알아 부모가 염려하지 않게 알아서 행동한다.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위하여서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들, 해라고 하는 것들을 성숙한 자녀는 그대로 순종하며 자발적으로 즐거이 순복한다. 이유와 변명 없이, 상황과 환경에 포기와 낙담 없이, 그저 부모의 마음과 뜻을 알아 부모가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행동임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부모를 믿고 부모의 말에 그대로 따른다.
하나님의 계시도 이와 같다. 말씀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우리와 언어를 통해 소통하시며 우리와의 관계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안에 성취하신다. 우리의 매일의 삶에서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이뤄가신다. 우리 안에 풍성히 하나님만 가득 채워지도록 하나님 안에만 거하도록 하나님의 말씀이 실재가 되어 우리 삶에 모든 문제와 역경 속에서 건져지도록 구원받아 자유함을 누리도록 하나님은 일상의 삶에서 매 순간 우리와 의사소통 하며 교제하길 원하신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내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행 16:31).”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을 나의 아버지, 나의 주, 나의 인생의 생사화복의 주권자이시며 나의 창조자, 구원자로 믿는 신자 안에서, 하나님의 모든 말씀의 계명과 명령이 오롯이 나를 위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믿음 안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우리 안에 실재가 된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안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언어행위에 올바르게 반응할 때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계시의 하나님을 경험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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