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성락원에서 여생 마무리…‘복음을 위해 역경 이겨내’
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 |
2. 추명순 전도사의 역경과 복음의 열매
추명순 전도사의 믿음은 너무나도 확고했었다. 추명순 전도사는 믿음대로 말도에 들어가셨고, 그분은 들고 나는 모든 일 하나하나 기도하며 사역하셨던 분이셨다.
은퇴, 말도를 떠나다
이덕성 전도사는 1983년 1월 신학대학 동기인 친구의 손에 이끌려 말도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백발의 할머니 추명순 전도사를 만나게 된다. 이 때 추명순 전도사의 나이는 76세로 은퇴할 나이는 지났지만 후임자가 없어서 은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분은 70이 넘으면서 “종이 쇠약하오니 젊은 종을 보내 달라”고 결사적으로 기도해 오셨다. 그분이 식사 때가 되어 가마솥에 솔가지와 장작으로 밥을 지어 오시는 모습을 이 전도사가 보면서 자신이 은퇴하실 수 있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전도사가 주일예배를 인도한 후, “전도사님 제가 은퇴하실 수 있게 해 드릴께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니 추명순 전도사는 진정으로 기뻐하였다.
그 후 10개월간 이덕성 전도사는 추명순 전도사와 함께 말도교회에서 사역했으며, 1983년 12월 초에 중동교회에서 은퇴식을 하고, 24년간 목숨 걸고 복음을 전했던 말도를 떠났다. 말도를 떠날 때 낡은 성경 한 권과 옷가지 몇 벌이 그분이 지닌 전부였다. 그 후 추명순 전도사는 대전 성락원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며 교회와 나라를 위해서 중보기도 하는 삶을 살았다. 가끔 말도에 들어갔다 오곤 했다. 추명순 전도사는 성락원에서 삶을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고군산에 가서 복음을 전하다 죽으려고 했는데 뜻밖에 여생을 편히 쉴 수 있게 해준 교단에 감사합니다. 여기는 작은 천국입니다. 매일 새벽기도로 시작해 하루 종일 성경 읽고 묵상하고 또 좋은 음식 편한 잠자리에 나 혼자 쓰는 방에서 생활하니 육신적으로도 이렇게 좋은 낙원이 없습니다.”
추명순 전도사는 대전 성락원에서 10년을 사셨고 1994년 11월 28일 87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은퇴 이후에도 말도교회의 성도들을 잊지 않고 기도하시고, 말도를 찾아가셨고, 교회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셨다. 추명순 전도사는 작은 체구의 평범한 시골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그분의 삶은 우리에게 거인의 발자국으로 남았다.
섬 교회의 산 순교자
이관수 목사의 글에 의하면 이 목사가 고군산중앙교회에 부임한 1982년에 섬 지역에는 전기가 없었다. 그래서 가전제품은 꿈도 꿀 수 없으며 여름에는 군산에서 얼음을 사서 여객선에 실어와 아이스박스에 넣어 김치를 보관했다. 전화는 동제 공동 무선전화로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정한 시간에만 육지와 통화했다. 나무를 때서 밥해 먹던 환경에서 연탄이 막 보급되는 시절이었으며 빗물을 받아먹어야 하는 물이 귀한 섬에서는 목욕을 자주하는 일도 사치였고 때로는 행정선이 실어다 주는 수돗물을 배급받아 먹기도 했다. 하물며 추명순 전도사가 처음 고군산군도에 들어간 1959년의 생활환경은 상상을 뛰어넘는 열악한 시대였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여자들은 부정 탄다면서 어선에는 태워주지 않았기 때문에 싫다고 해서 쉽게 뛰쳐나갈 수도 없는 곳이 섬이다. 이 모든 환경과 여건을 초월하고 추명순 전도사는 오직 복음을 위해 아무도 가지 않는 끝 섬, 말도에 들어가 섬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 하였다.
추명순 전도사는 순교자는 아니다. 그러나 복음을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이들과 순교자에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순교자적인 삶을 살았다. 추명순 전도사가 주님의 복음을 위해 순교할 각오로 칠십이 넘는 나이까지 말도를 지키며 섬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그녀의 삶을 보면 순교자 이상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고군산 주민들은 추명순 전도사를 “다정한 어머니”, “섬마을 사랑의 어머니”로 부르고 있고, 이관수 목사는 “고군산군도의 복음화에 한 알의 밀알”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추명순 전도사의 삶은 세속화의 물결에 흔들리고 있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신앙적인 본이 되며, 안락하고 편한 목회지를 선호하는 목회자들에게는 채찍이, 성공만을 이야기하는 교회들에게는 헌신이 무엇인지를 웅변으로 들려주고 있다. 추명순 전도사는 영혼 구원을 위해 고립된 세상으로 스스로 나갔고 그 막힌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며 보배로운 삶을 살았다. 그분은 말도에서의 삶에 대해 기록으로 남긴 것은 없다. 그분과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며 후대에 알려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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