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몸비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사람들의 소통 방식도 대면에서 주로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SNS를 통해 서로 다른 삶의 방식들을 보여주고 공감하면서 나름의 소통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는 비대면 시스템이 최적화되었다. 그 이후, 포스트 코로나를 거치는 가운데 비대면 사회는 대다수 삶의 일상이 되었다. 회사와 학교를 비롯해서 대면에서 비대면 형식의 화상 회의나 수업 등이 더욱 편리해진 사회에 살다 보니 스마트폰은 우리의 손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의 앱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작은 세상은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일부를 공유하게 되면서 그것이 가진 긍정과 부정의 두 영향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손에서 한시라도 떨어져 있다면 그만큼 일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들 대다수는 손안에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에 모든 일상을 저장해 놓는다. 전화번호는 기본이고, 하루 또는 한 달의 일정이 스마트폰에 다 들어가 있다. 그래서 시간과 때가 되면 알람으로 하루의 일정을 그때그때 알려준다. 일상의 여러 형태의 추억들도 스마트폰 안에 사진으로 저장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 길을 찾아갈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걸으면 알아서 위치가 파악되고 화살표로 목적지까지 편하게 데려다준다. 이제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손에 1분도 떨어지지 않고 들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하루를 마감한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는다. 물론 알람 설정을 해서 출근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습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는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시작과 끝이 되고 말았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거의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비될 뻔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길에서 걸어가는 동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영화 속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모습을 스마트폰 좀비라고 부른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좀비(zombie)를 합성하여 ‘스몸비(smombie)’라는 말을 만들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 좀비의 줄임말이다.
길을 걸어갈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신호등을 잘 못 보고 건너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운전을 하면서도 한 손에는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아찔한 상황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왼손에는 핸들,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운전자는 마치 달리는 흉기를 소지한 것처럼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부주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경고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지금 거리에 나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걷는다. 스마트폰의 영상을 시청하거나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까지 착용하면서 차가 바로 뒤에 있어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호등 색깔을 바닥에 설치하는 장치를 늘리고 있는 추세이다. 스마트폰 중독 사회의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관찰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는 순간의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는 습관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다이어리나 펜을 항상 휴대하고 있었다. 중요한 일정을 빽빽하게 적어놓은 수첩들은 소중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아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우리는 그때 그 시절, 아날로그의 추억들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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