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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180)

기사승인 [614호] 2024.05.22  21: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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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컥!

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반짝이는 것들이 슬슬 좋아진다. 색색의 구슬, 진주, 유리, 큐브가 박힌 액세서리들도 참 예쁘다. 벗이 사준 차 안의 방향제도 반짝이 곰돌이인데 맘에 든다. 어린 시절 여름 온 식구가 와상에서 수제비를 먹고 엄마 무릎 위에서 바라보던 별을 기억한다. 혹시 그 동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오랜만에 아침 음악회를 갔다. 부천 아트센터의 파이프 오르간이 보석이 매달려있는 것처럼 반짝이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밤 음악회에서는 전혀 못 느끼던 아름다움이었다. 아마 실내 불빛이나 자연스러운 낮의 채광이 오르간의 파이프에 반사되어서 그리 영롱히 반짝였을 것이다. 여수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 스카이 타워 외곽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 거대한 시멘트 저장 사일로가 변신하여 파이프로 변신했다. 놀라운 상상력의 추동이다. 특별할 때 가끔 연주되기도 한다는데 그 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진짜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신과 함께 가라’는 독일 영화다. 영화 말미에 흐르는 찬송가 312장 ‘주 하나님께게 이끌리어’가 연주된다. 파이프 오르간 반주가 흐르고 Monophony 단성성가만 찬송이라고 여겨지는 성전에서 Polyphony 다성화음이 들려오는데..... 언제 들어도 솜털이 오소소 솟구치는 아름답기 그지없던 찬송.

오르간과 피아노 합창단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오르간은 사람의 목소리에 스며들고 피아노 소리는 빗방울 같은 음색으로 그사이를 맴돌았다. 갑자기 나지막한 파도가 넘실대며 마음속으로 몰아쳐 오는 듯, 수영 못한 사람이 물을 보며 두려워하듯 가슴이 뛰더니, 세상에 울컥!

이십대 초반 내 클래식 입문(여전히 지금도 입문 단계지만)은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의 바이얼린 협주곡이다.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시절, 삼천 원이 조금 넘는 테이프를 하나 사면 세상이라도 산 것처럼 좋았다. 두 곡 중 어느 곡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혼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었다. 뇌가 시켜서도 아니었다. 음악이라는 그 기이한 물질ㅡ 공간도 형체도 없지만 너무나 확실히 존재하는ㅡ에 몸의 세포가 저절로 발화한 게 아니었을까,

초짜 사모가 되어서 내가 한 일은 유행가를 끊어낸 일이었다. 세상을 떠나 사는 것도 아닐진대 그때는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사람에 대한 이해 속에서 좀 너그러워지는 나이가 되어서야 유행가를 다시 듣기 시작했다. 내가 유일하게 즐겨 보는 티비 프로그램이 ‘불후의 명곡’이다. 가끔 노래 속에서 우는 사람이 나타나곤 하는데 그게 무슨, 좋으면 좋지, 눈물까지야, 우는 사람도, 화면으로 잡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맨도, 편집한 사람도 다 감정 과잉이야! 그렇게 생각하던 내가 ‘생명의 양식’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귀를 통해서만이 들을 수 있다. 그런 귀에 아주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다. 가장 잘 들을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지는 자신의 소리를 스스로가 잘 듣지 못한다는 것. 나 스스로 듣는 내 목소리와 다른 사람이 듣는 내 목소리는 절대 같을 수가 없다는 것, 이 놀라운 오류가 우리 몸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피상적인 유추의 시작은 이렇다. 내가 아는 내가 남이 아는 내가 아니며 내가 생각하는 나 역시 남이 생각하는 내가 아니다. 나를 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창조주의 유머이자 싸인일까? 귀의 오류, 아니 오류가 아닌 귀의 팩트는 그래서 철학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 세상의 많은 비밀을 살짝 열어젖히는, 비밀이 엿보이는 신비로운 문,

지자체 음악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곳이 부천 아트센터이다. 무려 4천576개 파이프. 파이프 바로 아래 아주 높은 연주대가 있다. 바흐의 첫 음이 시작되는데.......파이프 오르간은 그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곳이 어디든 모든 곳을 성전으로 만들어버린다.

주님이 임재하실 때 음악이 있어야 한다면 아마 파이프 오르간일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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