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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세상 (31)

기사승인 [586호] 2023.06.01  16: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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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선129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초등학교 시절 방학동안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로 자주 내려간 적이 있었다. 어릴 적 기억에 시골 밤하늘 수많은 별들이 수를 놓는 것처럼 밝게 빛나는 것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도심의 빌딩 숲에 막혀 살다 보니 시골 밤하늘에 빛는 수많은 별들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시골 풍경에 펼쳐지는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다들 어릴 적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에 관한 추억은 하나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방학 동안 할아버지 댁에 가면 바닷가 근처라서 싱싱한 생선 반찬으로 맛있는 밥을 먹은 기억이 난다.
  어릴 적 숟가락에 밥을 얹으면 할아버지께서 그 위에 구운 생선의 뼈를 발라내시고 고기 살을 얹어 주신 기억이 잊혀 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의 향수를 그리워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특히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골의 정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점점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방학 동안에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러 갈 기회들은 줄어드는 것 같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는 시간도 줄어들게 한다.
  요즘 다들 명절 연휴에는 외국이나 도심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 우리들의 명절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정말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도심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시골 풍경은 사진 속이나 방송에서만 접할 뿐이다. 도심의 빽빽한 시간과 학원 다니기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서 시골의 정겨움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도 시골의 정겨운 삶은 잊은 지 오래되었다. 바쁜 일상에서 빽빽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하루의 시작은 해가 지고 밤이 되어 퇴근하는 순간까지 시골의 정겨움을 생각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정이 넘치는 시골의 정겨움은 이 세대가 지나가면 더 이상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겨우 교과서 속에서 한 줄 정도의 시골 풍경만이 소개되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가끔 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시골의 정겨움은 그나마 잠시 우리에게 추억을 잠시동안 상기시켜 줄 뿐이다.
  도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생활과 공연 그리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전시회도 좋지만  시골에 펼쳐지는 초록의 향연과 여유는 어쩌면 티켓으로 구매할 수 없는 가치일지도 모른다. 그 정겨운 시골의 모습들이 잊혀지면 어떨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가끔 경상도에 계신 친척들과 통화할 때면 정겨운 사투리를 듣곤 한다. 사촌들과 통화를 하면 정겹게 경상도 사투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 제일 먼저 “밥뭇나?”로 나에게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아마 대다수의 부모님들과 통화를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밥뭇나?”라고 안부를 듣게 된다.


  경상도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분들은 “무슨 일이야?”를 “머선 일이고”라고 말한다. “무슨 일 있냐?”라고 “무슨 일이고, 머선 일이고”...... 이렇게 정겹게 사투리를 쓴다. 이런 정겨운 사투리를 요즘 MZ 세대들은 “머선 129”라고 사용한다. 사투리에서 들리는 말을 그대로 표현하여 숫자와 결합해서 인터넷에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렇게라도 정겨운 사투리가 우리 일상에서 사용되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점점 우리들은 도심에서의 화려한 조명과 불빛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시골의 차분함과 이른 저녁 불 꺼지는 고요함을 잊고 살아간다. 그래도 우리 마음 한켠에는 늘 시골의 풍경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지금 기성 세대들과 현세대들이 지나가면 시골의 정겨운 가치들이 어떻게 될지 조금은 걱정이 앞선다. 오늘 저녁에는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계시다면 전화 한 통화 안부 전해드리는 건 어떨까? 어쩌면 할아버지께서 ‘머선 129'라고 말씀하실지도.....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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