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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봐야할 “신안 12사도 순례의 길”

기사승인 [573호] 2023.01.20  12: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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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진 목사, 한·국·의·섬·티·아·고 강력 추천

전남 신안군에 접어들면 군내 1004개 섬이 있다는 의미에서 ‘1004섬’이란 표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섬이 많아 불편하던 지역적 한계를 매력 요소로 부각한 지역 브랜드 성공 사례이다. 천사(天使)와 발음이 같아서 ‘천사의 섬’ ‘섬의 천국’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이런 표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섬이 ‘순례자의 길’로 수년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점·소악도이다.

기점·소악도는 2017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전남엔 무려 2,200여 개의 섬이 있다. 각 섬의 독특한 해양자원을 발굴하는 사업에서 기점·소악도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났다. 주민 대다수가 기독교인으로 살고 있으며, 이웃한 증도에 한국기독교 최초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지와 기념관이 자리한 데서 착안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기점·소악도에 머물며 열두제자를 모티브로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km를 걷게 된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자리한 건강의 집(베드로)을 시작으로 생각하는집(안드레아), 그리움의집(야고보), 생명평화의집(요한), 행복의집(필립)을 거쳐 소기점도로 넘어가면 감사의집(바톨로메오)과 인연의집(토마스)이 반겨준다. 소기점도와 소악도 사이에 자리한 기쁨의 집(마태오)을 지나 소악도 소원의집(작은 야고보)을 보고, 진섬에서 칭찬의집(유다 다대오)과 사랑의집(시몬)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딴 섬에 홀로 자리한 지혜의집(가롯 유다)까지 둘러보면 순례자의 길을 완주한 셈이다. 어른 걸음으로 약 3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해와 달로 형상화한 안드레아의집, 스테인글라스로 예배당을 지어 해의 위치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을 빚어내는 바톨로메오의집, 프로방스풍 오두막에 오래된 목재를 이용해 동서양이 어우러진 작은 야고보의 집은 건축을 넘어 종교적 의미까지 돌아보게 한다.

파란 지붕과 하얀 외벽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오르게 하는 베드로의집, 붉은 벽돌과 삼나무 등을 활용해서 프랑스 남부의 정취를 담은 필립의집, 러시아 정교회의 황금빛 양파 모양 지붕이 인상적인 마태오의집처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예배당도 눈길을 끈다. 열두제자 중 한 명이지만 은화 30냥에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의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에 지어 순례의 길에 무게를 더한다.

12사도의 길은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고, 걸어서 갯벌 끝까지 가도 좋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 맞는 곳곳이다. 계절을 타고 좋다. 나쁘다가 없다. 그래서 이곳을 한 번 둘러본 이들은 한없이 아름답고 거룩한 섬이라고 한다.

섬티아고 12사도의 길은 다음과 같다.

 △순례길을 시작하며 첫눈에 반하는 이국적인 곳, 누구나 이곳을 방문하면 감탄사가 나온다.

 

△ 고양이가 많은 기점도의 아랍 풍 동화 같은 곳

 

△  작은 연못가 오두막을 연상케 하는 곳

 

△아름다운 순애보 사연이 담긴 곳

 

△  프랑스에 온 듯한 착각이 드는 곳

 

△ 물 위의 유리 집으로 빛과 색채가 예쁜 곳

 

△  페르시아 왕자가 생각나는 동화 같은 곳

 

△ 아르비안나이트 시대가 연상되는 곳

 

△ 프로방스 풍의 아름다운 오두막 같은 곳

△ 액자마냥 사진 찍기 좋은 곳

 

△ 낙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

 

△ 몽쉘 미셀을 연상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곳

2023년 새해에는 이곳을 눈여겨보고 순례의 길을 걷는 것도 좋을 듯한데, 기독교 신앙을 가진 성도들이 12사도 순례의 길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해 보자.

다음은 소악도교회 임병진 목사가 소개하는 12사도 길이다.

오규원의 ‘순례’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성경에서는 인생살이가 순례와 같다고 한다.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중략)...피하지 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순례의 여정은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이고,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흔들릴 자신을 토닥여주는 삶의 걸음이다.

우리 생이 부칠 때 숲을, 들녘을, 산을, 바다를, 걷고 싶어 한다. 12사도 순례 길의 시작이 어언 3년이 지났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셈이다. 그동안 언론이나 방송에 12사도 순례길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거리두기와 인원 제한 때문에 혼자 찾거나, 작은 소그룹, 가족단위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코로나-19에 대한 법적 제한이 풀려서 교회와 단체가 방문을 시작하게 됐다.

길을 걸으며 아팠던 가족, 집을 떠난 자녀, 혼란스러운 사회를 위해 저절로 기도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야, 드디어 자신을 마주한다. 지금까지 찾고 있었던 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었음을…. 그제야 전능하신 하나님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방랑자는 순례자가 된다. 그래서 12사도 순례 길은 하나님과 대화이고 길과의 대화하는 것이다.
 
12사도 순례길은 4개의 섬으로 이어져 있고, 전체 길이가 13km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고, 걸어서 갯벌 끝까지 가도 좋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은 여름이라서, 가을은 가을이어서, 겨울은 겨울이어서 좋다. 바다도, 모래도, 꽃도, 짱뚱어도, 사람도, 다 보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한없이 아름답고 거룩한 섬이다. 섬이라 여유로 걷고 있으면 저절로 시인이 되고 자연히 철학자가 된다.
 
소악교회 화장실벽에 쓰여 있는 정연우 작가의 시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섬도 외롭다. 섬도 위로 받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당신이 오지 않는 날의

섬은 더 외롭다.”

섬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이 없다면 섬이 아니다. 육지로 떠난 임을 그리워하고, 도시로 유학 간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도착할 배를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게 섬마을의 정서다. 내가 소악도 섬마을에 들어 온지 3년이 되었다. 이제야 섬을 조금 알 것 같다. 모든 것은 빠르게 변하고 홀로 생활하는데 만연한 사회에 그리움을 잃어 버렸다. 섬이 간직하고 있는 보물 같은 그것이 바로 기다림과 그리움이다.

순례의 가장 큰 행복은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 가족과 교회공동체, 지인들과의 동행이다. 그런데 전체 길이가 12km, 한 시간에 4km를 걷는다면 서너 시간이면 다 볼 수 있기에 사람들은 서둘러 걷고, 급하게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어느 듯 숙제 같은 완주를 다 해버렸다. 그건 본질을 외면한 싸움일 뿐이다.

12사도 순례 길을 하루 만에 보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하루 만에 보려면 인터넷을 살펴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12사도 순례길의 본질은 나를 돌아보는 묵상과 성찰 그리고 기도가 되는 것이다. 1번 대기 점 베드로의 집에서 시작종으로 출발, 마지막 12번 소악도 바닷가 작은 예배당인 가롯유다의 집에 도착하는 종소리가 울릴 때, 그때 바로 가만히 서서 섬 풍경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순례의 여정은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이고,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그럼에도 계속해서 흔들릴 자신을 토닥여주는 삶의 걸음일 것이다. 

소악도교회 임병진 목사 제공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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