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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기사승인 [568호] 2022.11.24  15: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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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아연 광산 지하갱도에 9일(221시간)간 매몰되어 갇혀 있다가 구출된 광부들이 “우리의 생환 소식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었다면 다행”이라고 했다. 매몰된 장소에 가만히 있지 말고 스스로 위험을 피해 대피 장소를 마련하라는 안전 매뉴얼대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체온유지, 물과 영양소 확보, 생존의지 등 생존 3대 원칙을 지켜 생존할 수 있었고 사고 직후 탈출구를 발견하기 위해 괭이로 암벽을 부수면서 스스로 길을 열었다. 공기가 들어오는 쪽, 물이 흘러나오는 쪽으로 이동하고 갱도 내 파이프를 때리고 소리를 질러 지상에 신호를 보냈다. 갱도 작업용 비닐과 나무로 천막을 만들고 모닥불을 피워 바람과 추위를 막았다. 밥 대신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를 먹으면서 버텼다고 한다. 

매몰자 중 한 명은 25년 광업 경력의 62세 조장 박정하 씨였다. 그가 병원을 나오며 “나한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느꼈을 때, 제일 소중한 게 가족이란 걸 새삼 느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챙겨줄 걸, 그러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가 되었다”고 했다. 

퇴원 후 가족과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고, 고향 부모님 산소를 찾으며 가족 여행도 떠났다. 갓난아기처럼 감회가 새롭다는 그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또 임시직으로 탄광에 들어가 땅 밑으로 내려간 지 고작 나흘째였던 이들은 퇴원하는 날 “수직갱도 지하 190m에 있으니까 정말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며 “이 일을 계기로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바꿔 봉사할 줄 알고 사람들을 챙기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들이 극한 상황에서 기적을 겪으며 깨달은 건 거창한 것이 아니고 소소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들과 좋은 풍경을 보고 사랑한다고 많이 얘기하는 것, 다른 이를 돕고 베풀며 사는 것 등은 이미 배우고 들어서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우리가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종종 이보다 더 멋지고 위대해 보이는 것들과 권력, 명예, 돈 같은 것을 찾아서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지나치곤 한다. 요즘처럼 생명이 이토록 허무하게 쓰러질 수 있음을 보면서 그게 다 소용없게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늦가을 낙엽을 밟는다. 살아있어서 물들어가는 나뭇잎, 그리고 한 잎, 두 잎 떨어져 가는 낙엽을 보며 오늘 이렇게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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