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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63호] 2022.10.05  16: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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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강원상’ 님의 『공감사색』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스무 살의 크리스마스이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예고하듯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쉼 없이 떨어졌다. 살벌한 눈빛 교환 후 맞은편 무리가 먼저 도발을 감행했다. “사장 안에 있는 거 아니까 비키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저씨는 우리의 팔짱을 파고들며 대열을 흐트러뜨리려 했다. “대열 사수해!” 우리는 즉시 간격을 좁히고 온몸의 근육을 끌어모았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피땀이 떨어지며 눈 위에서 범벅이 된 순간이었다. ‘해고된 노동자’와 그들을 막기 위해 ‘채용된 노동자.’ 그 둘 사이에는 ‘자본’이라는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놓여있었고, 그런 갈등을 만드는 것이 차라리 싸게 먹힌다며 경기를 관전하듯 여유로운 ‘자본가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신과 같았고, 악마로도 보였으며, 아주 가끔 인간처럼 보였다. 그렇게 나는 스무 살에 ‘자본주의’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안경이 절반쯤 부서지면서 눈 밑을 살짝 찢어놓았고 그 틈으로 피가 온 힘을 다해 나오려 했다. 나는 몹시 화가 났다. 학비를 벌기 위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용역직, 나는 억울하게 내쫓기기 전까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막은 나쁜 놈 가운데 하나였다.

내가 한 일의 의미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돈 몇 푼 벌기 위해 삶의 터전을 빼앗긴 이들을 더욱 할퀴었다는 자책감과 악덕 자본가의 손에 놀아났다는 분노에 나는 곧 일을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곳 정문에는 아직도 복직을 외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내 눈 밑은 아직 그날을 기억한다는 듯 욱신거렸다.“

마음이 아려오는 내용입니다. 해고된 노동자들과 또 다른 노동자로 고용된 젊은 노동자, 청년은 학비의 절박함 속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이 젊은 가련한 청년을 고용한 고용주는 해고한 노동자를 제압하기 위해 또 다른 노동자를 고용했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싸움을 노동자와 노동자의 처절한 생존을 위한 싸움으로 전락시켜버린 그들만의 해법이 보이는지요?

하나님의 공공재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리 고민하는 우리가 얼마나 될까요 ?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존의 현장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이를 제압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립과 갈등은 자본주의적 논리의 대변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정치를 통해 또 다른 양상으로 이와 같은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눈치챈 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더 나아가 한국교회와 우리는 오히려 다른 눈을 뜨고 다른 생각을 갖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옛날, “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일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 (렘5:1)”고 하셨던 그때와 지금 우리 시대가 매 한가지의 시대인 것만 같은데 우리는 각자의 진리를 외칠 뿐아니라 주님의 정의는 잃어버린 지 오랜 것만 같습니다.

주님의 진리를 구하고 주님의 정의를 행하려는 이가 우리여야 합니다. 해고된 노동자의 처절한 몸부림과 학비를 마련해야만 하는 새롭게 고용된 노동자의 아린 삶을 붙들어주며 돕는 이가 되어야 하는 이들, 그리고 정당하지 못한 고용주에게 그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또한 여러분이 고용주라면 정당한 고용주 혹은 사용자가 되어야만 하는 하나님의 공공재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리 고민하는 우리가 얼마나 될까요?

성경을 든 여러분은 지금 이 시대의 해고된 노동자인가요? 혹 채용된 노동자인가요? 아니면 자본가인가요? 아니면 그저 이도 저도 아닌 제3의 인물인가요? 과연 누구인가요?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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