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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58호] 2022.08.04  14: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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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하워드 진’(유강은 역)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출판:이후)를 읽어봅니다.

 나는 1991년 걸프전 와중에 메사추세츠의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학생 대부분이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고 들리는 말로는 “95퍼센트가 전쟁에 찬성한다는 한 사립학교에서 강연을 했다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 갔는데 놀랍게도 한 차례 큰 박수를 받기까지 했다그러나 강연이 끝나고 몇몇 학생들과 교실에서 만난 자리에서는 토론 내내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보이며 나를 노려보던 한 소녀가 갑자기 분노로 가득 찬 큰 소리로 말했다. “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 나라에 살고 계신가요?” 가슴이 뾰족한 것에 찔린 듯 아팠다직접적으로 말을 하든 안 하든 그것이 사람들이 흔히 갖는 의문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그것은 누군가 대외 정책을 비판하거나 병역을 기피하거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거부할 때면 거듭해서 등장하곤 하는 애국심의 문제조국에 대한 충성의 문제였다나는 내가 사랑하는 건 조국국민이지 어쩌다 권력을 잡게된 정부가 아니라고 설명하려 애썼다

 저자는 미국 역사의 관점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는 ‘하워드 진’입니다. 신대륙의 발견자로 추앙받으며 영웅으로 인정받는 콜럼버스에 대해 반기를 들었습니다. 콜럼버스는 따뜻하게 맞아 주었던 친절한 아라와크 족을 부를 축적하기 위해 노예로 만들고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그를 서구 문명의 가장 못된 가치들-탐욕, 폭력, 착취, 인종차별, 정복, 위선-을 표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영웅으로 알려진 위대한 정치가나 군인들보다는 오히려 흑인 노예제 폐지론자들, 제1차 세계대전에 반대하여 감옥에 갇힌 사람들, 강력한 기업에 맞서 파업을 벌인 노동자들, 베트남전 반대의 목소리를 낸 참전군인들을 높이 평가하며 재해석하였습니다. 이런 저자의 사고 체계를 빌려 우리 사회를 잠깐 비추어보며 교회와 우리를 생각해 봅니다.

“교회가 가치롭고 자유로우면서도 차별이 없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한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좀 더 면밀하게 말한다면 어떤 한 개인의 정부나 정치적 성향을 지키려는 면모와 그동안 경제 발전을 추구하면서 등한시되었던 정치, 경제 등 사회 체제를 좀 더 바르게 세우고자 했던 면모의 극한 대립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립은 국가나 민족에 대한 충성이나 애국심의 문제로 포장되어 어떤 주장과 의도가 맞는지에 대한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시각을 차용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개인이나 정부가 아닌 이 나라와 민족과 국민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 누가 정권을 잡았든 정부는 인위적인 조직이며 국민들의 삶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체제를 만들고 고수해야 합니다. 만약 그 어떤 정부나 정치지도자가 이런 가치를 위배하고 조작해 낸다면 이것이 비(非)애국적인 면모입니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고수하고자 하는 이성이 문제를 제기하고 바르게 가도록 의견을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집단이 교회이고 그리스도인이어야 하지만 그러지를 못합니다.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최고의 법을 지키면 잘하는 것이거니와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약2:8-9a)"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회가 가치롭고 자유로우면서도 차별이 없어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이 존귀하고 귀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바른 판단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교회이기를 바래봅니다. 생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짧은 지면이 아쉽고 간략함으로도 충분함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의 짧음이 부끄러운 뿐입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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