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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기사승인 [558호] 2022.08.04  11: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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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로뎀나무 아래

 ‘어째서 집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일까?’ 요즈음 다시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읽다가 만난 글귀입니다. 좋은 글을 만나면 저는 마치 그 글이 사람이라도 되듯이 그분 그, 그녀라는 칭호를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와 말하고 싶어요. 여기 좀 앉으시겠어요? 물론 차두 한잔하면서 말이죠.

소로 당신도 저처럼 의문이 많군요.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회의하지 않는다면 그는 무지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가방끈 같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이제 충분히 압니다. 무엇보다 삶 자체가 여행이라는 은유, 집에 있어도 여행길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익숙한 장소라 하여 모든 의미를 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나 자신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아니던가요. 삶이 여행이란 것은 계절이 오고 갈 때 특별히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경계선에 서면 자연스레 길을 생각하게 되고 가는 방향을 바라보게 되거든요.

‘나는 가정에 실패했고 자녀들은 존경하지 않은데 왜 주님은 나에게 이런 기쁨의 은혜를 주시하는지.’ 오늘 박 목사님이 카톡에 보내온 한 줄도 소로의 글처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가만 보면 박 목사님 인생도 참 범상치는 않아요. 죽음이 지척에 다가왔는데 우연히 한약으로 치료를 받게 되고 다니던 직장을 벗어나서 한약재상을 하게 되고 그래서 돈을 꽤 많이 벌게 되었다지요. 동생과 함께 계획했던 식당이 거의 완공되어갈 무렵 동생이 갑자기 피부 종양으로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혼자 식당을 경영했는데 광주에서 유명한 식당이 되었다면서요. 돈 버는 재주가 있으신 건가요.

돈을 관할하시는 그분께서 많이 맡겨도 될만한 사람으로 인정하셨던 걸까요? 후자 같아요. 그래서 그런 많은 돈을 들여 장애우를 위한 재단을 만든 것이겠죠. 아름다운 복지재단의 <로뎀나무 아래>는 벌써 10주년이 되었더군요. 이름대로 형편이 어려운 장애우들 24명과 함께 생활하는 16명의 돌봄 선생님들, 로뎀나무 아래 국장님이 제게 그러더군요.

 “그 많은 돈을 들여 이런 재단을 만들어서 힘든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실 뿐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직장을 마련해 주신 거예요. 한 번도 원장님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린 적이 없는데 저는 정말 우리 원장님을 존경해요.”

장애우들을 데리고 교회에 가는데 평범치 않은 태도로 방해가 되어서, 그들과 함께 예배하기 위해서 목사 안수를 받으셨다는 이야기는 제게도 존경의 마음을 일으켰는데 그런 목사님의 실패라는 단어가 낯설었다고나 할까요. 큰일을 하는 와중에 가족들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파열된 음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현대 음악은 부조화를 조화로 보기도 합니다.

 하나의 삶이 소멸하는 것은 또 다른 삶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연에 관해 쓰고 있습니다. 가끔 힘든 일을 거대한 사안에 대입해보면 문제가 조금 쉬워지기도, 흐릿해지기도 하더군요.

반전두 있어요. 목사님 기쁨의 은혜가 물놀이라는 것요. 로뎀나무 아래 거주하는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물놀이가 기대된다며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는 문자는 목사님의 성향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것이죠. 즐거움을 은혜로 여기는 것은 길가의 장미꽃 감사와 맥락이 통하는데 그런 어린아이 같은 심성이 있어서 동화도 쓰시는 거지요.

 로뎀나무는 위대한 기적을 베풀었음에도 아무도 변화시키지 못한 자괴심을 안고 호렙산으로 가던 엘리야가 쉼을 얻은 나무입니다. 나를 데려가세요. 죽음을 원할 만큼 낙심한 엘리야를 천사가 어루만지고... 사막에서 자라나 커다란 그늘을 만드는 로뎀나무는 기근 때면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는군요. 뿌리는 땔감으로 사용되구요.

장애우들이 쉼을 얻고 낙심한 그들이 천사를 만나는 로뎀나무 아래. 언젠가 로뎀나무 아래로 목사님 가족들도 모이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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