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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39호] 2022.01.20  11: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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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허혁’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출판:수요서재)에서 일부를 옮기며 우리의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내버스는 신호뿐만 아니라 정류장도 ‘잘’까야 얼른 가서 밥을 먹는다. 오히려 시내에서는 승객이 많아서 고민이 없다. 차에 타력이 붙은 상태에서 외곽 정류장에 한두 명 서 있을 때가 어렵다. 탈 사람인지 아닌지 잠정 고객의 움직임을 재빨리 분석한다. 승객이 신호를 주면 좋은데 우두커니 서 있다. 고개라도 돌려주면 좋으련만 승객의 얼굴은 끝까지 버스를 향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눈동자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이미 버스는 멈춰 서버렸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호를 주는 영감님이 있다. 안 타니까 어서 가라고 열렬하게 손을 저으신다. 고마운 마음에 기사는 정류장을 지나며 인사를 올린다. 가뭄에 콩 나듯 정류장 뒤로 몸을 숨겨주는 할머니도 있다. 하루는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오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안타니까 어서 가라고 손을 저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예뻐서 자발적으로 탄력을 죽이며 다가가 국군의 날 도열하는 군인처럼 거수경례를 멋지게 붙여줬다.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다른 손으로는 빠이빠이 하며 수줍게 웃어주는데 정말 일할 맛이 났다. 그 아이에게 멋진 퍼포먼스를 선물할 수 있었던 나의 유연함도 좋았다. 종점에 도착해 차 바닥을 닦으며 그 아이의 ‘수줍은 인문학’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짤막하고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왠지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돋아나게 하는 글입니다. 버스 기사님의 모습도 그리고 어린 여학생의 모습도 눈에 선하게 들어오며 왠지 모를 상쾌함이 마음을 타고 들어옵니다. ‘일할 맛이 난다.’ 그렇지요, 바로 이런 것인데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삶의 기쁨을 나눠주는 것은 큰 것이 아닙니다. 작은 인사, 소소한 배려 여기에서 사람들은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떤 큰 사상이나 철학 혹은 혁명이 아니라 이런 따스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하는 부분이 이런 것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교회와 우리의 신앙적 모습을 보고 하나님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성도의 모습을 보면 놀라서 도망하고 맙니다. 예물도 이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자기가 땀 흘려 번 돈을 교회에 왜 바치느냐고 말합니다. 교회가 집단을 이루어서 어떤 행사를 하거나 이동을 하면 오히려 위협감을 느끼고 혹은 반감을 갖기 마련입니다. 거부반응을 심하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세상과 사람들은 교회와 우리의 어떤 모습에서 주님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베드로전서 2장 1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 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사람들이 우리의 신앙적 행위가 아니라 착하고 선한 우리의 행실에서 하나님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선한 행위가 쌓이고 쌓이면 우리의 신앙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감동을 받고 신앙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직장이나 산업의 터전 혹은 이웃들과의 만남 속에서 이 어린 여학생과 같은 따스한 배려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다정한 인사와 상큼한 미소 그리고 남들이 쉽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들을 먼저 하고 때로는 양보하고 져주기도 하고 바보가 되어주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향긋한 미소를 나눠주세요. 맑은 목소리로 ‘오늘도 힘냅시다. 멋진 아침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등등으로 인사해 보세요. 이러한 우리의 작은 선행 행위 속에 묻어나는 우리 주님의 향기가 사람들의 가슴과 영혼에 스며들 것입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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