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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85)

기사승인 [529호] 2021.10.20  17: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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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 노? 예스!

                    위 영   (본지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저자)

호텔 일박에 칠십만 원, 십오만 원짜리 뷔페가 성황을 이룬다는 조간신문의 기사를 보았다. 최상급 호텔을 경험해보려는 이삼십대의 커플 층과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다고, 그리고 기사는 그들 앞에 럭셔리라는 수사를 붙였다.

첨예한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돈의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돈 때문에 고급스럽다는 사안에는 절대 반대! 다. 돈보다 아니 돈으로 할 수 없는 고급한 경험이 얼마나 많은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며칠 전에 우리 동네 호수공원을 갔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자연스레 넝쿨 정원을 지나가게 되는데 세상에 거기 으름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연보라색과 흰색 짙은 보랏빛이 망라된 봄꽃인 으름꽃은 얼마나 특이하면서도 예쁜지, 잎사귀 아래 살짝 숨어서 피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열매는 나도 처음이었다. 마치 작은 몽키 바나나처럼 하늘에 많이 매달려 있는데 익은 것들은 노오란 몸을 활짝 열고 있었다. 따먹으라는 듯 누군가가 장대를 하나 세워 놓았다. 까만 씨앗은 가득 들어 있었고 겉은 아주 부드럽고 달콤했다. 자연이 오롯이 만들어준 열매를 먹어보는 기쁨이라니, 내게는 어떤 럭셔리한 호텔의 뷔페보다 더 만족감을 주는 경험이었다.

파주 츨판도시는 처음 들어설 때부터 생태를 지향했다. 늪지를 보호했으며 획일적인 건물이 아닌 작가들이 애써 만든 작품들로 출판도시는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성지가 되었다. 매해 가을이면 건축문화제를 여는데 올해도 역시 ‘우리 곁의 조경’이란 부제를 가지고 문화제를 시작했다. 그 일환의 하나로 나의 최애 장소인 명필름 아트에서 이틀간 건축 문명 자연을 결합한 영화를 무료로 상영했다. 전부 예약을 했다가 일이 생겨 취소하고 겨우 두 편을 봤다. 그중 한편이 <코야니스카스>였다. 이 낯선 단어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로 균형을 잃은 삶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대의 벽화가 나오며 슬로우 모션으로 로켓이 발사되고 그랜드 캐니언이 나타나며 음악이 시작된다. 타임랩스로 찍은 파도는 실제 내가 보았던 어느 파도보다 거대하고 아름답다. 장대한 산맥을 더듬는 카메라의 눈길은 자연이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땅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계속되며 이어지는 대지의 호흡을 음악이 표현해준다. 음악은 깊고 음울하며 강하고 담대하다. 무엇보다 한없이 반복되며 오히려 자석처럼 음악이 지닌 세계로 거침없이 끌어당긴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즐겨 찾아내는 스토리나 맥락이 완전히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사람들로 파생된 연결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일인가를 웅변해주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후 비대면 강연이 이어졌다. 건축학 교수와 영화학 교수의 강연이 이어지고 나는 채팅으로 질문했다. 이 아름답고 기이한 음악들이 영화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아름다운가요?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무려 40년이 흘렀다는 사실이었다. 바로 어제 찍은 것 처럼 생생하고 도발적인 컨템퍼러리 무비였는데, BBC가 선정한 꼭 봐야할 영화.

그렇다고 열심히 돈 벌어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평소와 다른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을 경홀히 여긴다는 것은 아니다. 돈이 아니더라도 럭셔리하고 아름다운 경험이 세상에 많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을 뿐이다. 부디 이런 글이 라테는....아니기를!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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