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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21호] 2021.07.07  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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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과 입술

                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윤대녕’님의 『칼과 입술』(출판:마음산책)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7월이 되면 제주 바다는 오징어(한치)잡이 배들과 갈치잡이 배들이 켜놓은 집어등으로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동서남북 어디든 섬 전체가 대낮처럼 환하다. 바다 앞에서 바라보면 그 불빛들은 수평선에 일렬로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라산 중산간 자락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바다에 배들이 불을 밝히고 떠 있어 마치 전시(戰時)를 방불케 한다. 수평선 쪽에 떠 있는 것은 갈치잡이 배들이고, 섬 가까이 떠 있는 것은 오징어잡이 배들이다.

제주도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암직한 일입니다. 밤바다 해안가에 서서 집어등을 밝힌 고기잡이배들을 보면 일렬로 서 있는 듯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라산 중산간 도로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일렬로 서 있는 배들이 아니라 제각각 필요에 따라 자리를 잡았음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시각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려다볼 때는 그렇게 멋있고 위용이 있어 보이더니 내려다보니 

  별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미국에서 4년간 생활한 경험이 있는데 초창기에 아주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화물트럭입니다. 커다란 컨테이너를 싣고 움직이는 트레일러는 정말 크고 웅장합니다. 트랜스포머라는 영화의 상상력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운전석 앞으로 엔진이 쭉 나와 있고 뒤쪽으로 운전자를 위한 휴식공간도 있어 크기나 위용이 한국의 트럭과는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저 차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밴형 승용차인 제 차에서는 그 트럭을 항상 올려다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버스 단체관광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버스 역시 그 덩치가 상당합니다. 뒷바퀴가 6개나 있고 높이 트레일러보다 더 높습니다. 그래서 트레일러 운전석이 아래로 보이는 것입니다. 밴형 승용차를 타고 다닐 때는 항상 올려다만 보아야 했는데 아래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이렇게 내려다보니 트레일러의 모습들이 뭐 여느 트럭들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올려다볼 때는 그렇게 멋있고 위용이 있어 보이더니 내려다보니 별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순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깨달아지더군요. 올려다볼 때는 그 높이가 크게만 보이고 오르지 못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일단 내려다보게 되면 아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보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연유인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내려다보면 우리의 시각적 착각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집니다. 수평선에 떠 있는 배들의 오해도, 마냥 크게만 보였던 미국 트럭에 대한 동경도, 그리고 내 삶의 무게에 대한 오해도 넘어설 수 있는 용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그것이 인생의 길이든 높은 산이든 땀 흘려 수고하며 올라야 합니다. 그러나 이 올라가는 시간을 포기하고 주저앉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려다보면 쉽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길을 갈 때 가끔은 내려다보았으면 합니다. 지난 길들을 내려다보며 그 어렵게만 느껴졌던 일들을 이겨내고 올라섰던 자신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올라서서 내려다보고 있을 자신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극복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해 본 사람은 순종합니다. 간증이 있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습니다. 주님과 동행하는 체험이 있는 사람은 좌절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신앙인입니까?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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