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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Life

기사승인 [519호] 2021.06.09  15: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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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길1

  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랜덤하우스’에서 출판하고 ‘이철환’님이 쓴 「연탄길1」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비 내리는 아침, 화랑의 셔터를 열고 있는 병희에게 누군가 다가와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이 건물 삼층에 이사 오신 분이군요.” 두 사람은 그렇게 첫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나눈 뒤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던 3층집 여자는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의 등 뒤에는 아기가 잠들어 있었다. 병희는 엄마 등에 업혀 웃고 있는 아기 얼굴을 보고 싶어 출입문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 순간, 너무 놀라 화랑 안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았다. 슬프게도 아기는 오른쪽 눈이 흉한 모습으로 감겨져 있었다. 아기 엄마를 다시 본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뒤적이는데 그녀가 아기를 등에 업은 채 한 쪽 눈을 꼭 감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 자기 눈을 이식해 주려고 한쪽 눈을 미리 감아버린 엄마, 

죽음에 먼저 들어가심으로 그 생명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을 보게 됩니다.”
 

어느 일요일 오후, 그녀가 자고 있는 아기를 업고 화랑 안으로 들어왔다. 병희는 반갑게 그녀를 맞았고 벽에 걸린 그림들을 둘러보며 그녀가 말했다. “실은 한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 왔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들고 있던 서류봉투에서 노트만한 사진을 꺼냈다. “저……, 우리 아기 얼굴을 그릴 수 있나 해서요. 얼마 전 돌 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이걸 좀 그려주셨으면 해서……” 병희가 받아든 사진 속에서도 아기의 눈은 슬픈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은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게 있거든요. 어려우시겠지만 제 아기의 오른쪽 눈을 아프지 않게 그려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그릴 수 있지요.” “벽에 걸린 아기 돌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거든요. 말은 안 하지만 아빠도 그랬을 거예요.” “네…….” “그려주실 그림이 지금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 아이가 더 컸을 때는 틀림없이 두 눈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하나님께 늘 그렇게 기도하거든요.”

그녀의 표정은 조금도 슬퍼 보이지 않았다. 병희는 그날부터 며칠 동안 힘겹게 아기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아기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가야, 엄마의 사랑을 믿어, 사랑을 믿는 한 너에게는 희망이 있는거야.” 3층집 여자의 집에 놀러 간 것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뒤였다. 좁은 거실의 한쪽 벽에는 병희가 그려준 아기 그림이 걸려 있었다. 아기 그림을 보며 그녀는 평화로운 얼굴로 말했다. “아기가 더 크면 아기에게 내 눈을 이식해 줄 거예요. 그러면 저 그림처럼 내 아기도 예쁜 눈을 가질 수 있겠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한쪽 눈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한쪽 눈으로 밥을 먹고, 계단을 내려오고 또 걸으면서……. 그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병희는 그제야 3층집 여자가 눈을 꼭 감고 계단을 내려왔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기 눈을 이식해 주려고 한쪽 눈을 미리 감아버린 엄마, 그 애틋한 엄마의 사랑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살리기 위해 그 죽음에 먼저 들어가시며 그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분이 나를 살리기 위해 먼저 십자가에 올라가셨기에 내가 사망에 이르지 아니하고 구원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 먼저 죽음으로 가심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것이 십자가의 사건이고 대속의 제물이 되신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런 우리 주님의 사랑을 가슴에 품고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자녀로 자신을 고백해야 할 그 누군가에게 예수 생명을 주기 위해 먼저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양보하고 나누어주며 섬기는 일을 행할 수 있는 희생이 있었으면 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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