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회 박사의 이사야서의 시온사상

구약성경의 신학적 쟁점들을 토의할 때 이사야서를 논의의 중심에서 제외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다. 먼저 소극적인 면에서 말한다면, 18세기 말 되덜라인(J. C. Doederlein)이 이사야서의 통일성과 저작권 문제에 대하여 비평적인 접근을 한 것을 계기로 이 책이 비평적 논쟁의 중심권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며, 다음으로 적극적인 면에서 말한다면, 이사야서가 지닌 폭넓고 다양한 신학적 소재들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사야서가 구약 신학의 축(軸)이자 중심이라고 평한 학자들의 통찰은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실제로 대다수 구약 신학자들이 신학적인 입장과 경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사야가 구약의 뛰어난 신학자요 예언자라는 사실에 견해를 같이한다. 영(E. J. Young)은 이사야를 “예언자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하고, 그가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에 의해 모세에 필적할 만한 예언자로 간주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영에 따르면, 이사야가 다른 예언자들에 비해 걸출한 인물로 평가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가 전능하신 분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예언한 점에서이고, 둘째는 자신의 예언에서 도입 문구를 반복함으로써 그 예언이 분명히 성취될 것임을 지시한 점에서다.

이사야는 또한 사상과 교리에 있어서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으뜸가는 구약의 예언자로 평가받는다. 예컨대, 월터 카이저(W. Kaiser)는 특히 이사야서의 후반부를 가리켜 “구약의 로마서” 또는 “구약안의 신약”으로 지칭하면서 이사야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진정한 구약안의 신약”으로 지칭하면서 이사야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진정한 구약안의 신약”으로 지칭하고 이사야서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진정한 구약신학”임을 강조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볼프도 같은 입장이다. 그 이유는 이사야서가 신약의 로마서처럼 중요한 교리들을 폭 넓게 다룬다는 점에서 가히 구약의 신학서라고 부리기에 손색이 없음을 강조한다.

허바드는 다소 이색적으로 이샤야서를 미국의 유명한 대통령 네 사람의 얼굴이 조각된 ‘러시모어 산’에 비유한다. 그 이유는 이사야의 중요한 자락마다 성경의 주요 주제들이 부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이사야에 나타나는 네 가지의 중심 주제로서 하나님, 예언자 자신, 웃시야에서 스룹바벨에 이르는 다윗의 후손들, 그리고 고레스를 꼽는다.

라솔(William S. LaSor)에 따르면, 이사야서가 사해 두루마리들 가운데 이사야서의 사본이 적어도 열다섯 개 이상 남아 있다는 점, 이사야서의 내용이 세례요한과 예수와 신약 저자들에 의해 인용되거나 언급되고 있는점, 이사야서에 관한 서적들의 숫자와 성경 사전들에 반영된 이사야서 관련 항목들의 규모 등에서 그 중요성이 입증된다는 점을 들어 이사야서를 “구약의 걸출한 많은 책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보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사야를 “예언자들의 왕”으로 지칭하는 학자가 있다. 우드(Leon Wood)는 두 가지 점에서 그렇게 말한다. 첫째 이사야가 그 어떤 예언자와도 비견할 수 없는 영적 지적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고, 둘째 그가 누구보다도 메시야적 예언을 많이 하였다는 점에서다. 그는 또 이사야서가 신약에 자주 인용된 성경이라는 점도 이 책을 구약에서 가장 주요 한 책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이유라고 한다. 힐-월톤(Hill-Walton)은 “이제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풍부한 히브리 문학이 이사야서 속에서 발견될 뿐 아니라, 이스라엘 하나님의 신뢰성과 그 주권적 능력이 대담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묘사된 예언서”로 평한다.

노스(C. R. North)는 이사야 1-39장만 이사야 자신의 저작으로 돌리고, “그의 위치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극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사야가 “당대에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없다”라고 언급함으로써 이사야의 위대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폰 라드(G. von Rad)는 “이사야의 선포는 구약성경 전체에서 가장 위대한 신학적 지표를 제시한다”라는 말로 구약에 있어서 이사야의 위치를 높이 평가하며, 파이퍼(R.H.Pfeiffer) 역시 이사야의 신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그를 예언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걸출한 신학자요 사상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이사야의 신학적 탁월성은 특히 그의 종말론적 묘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프리젠(Th. C. Vriezen)은 이사야를 종말론적 기대를 선포한 첫 번째 설교자로 보며, 심지어 이사야를 구약 종말론의 창시자라고까지 단언한다. 그 밖에 많은 학자들이 이사야가 구약 종말론의 기초를 놓았다는 견해를 같이한다. 이들은 구약의 종말론이 포로 이전의 미래 희망으로부터 포로 후기의 묵시문학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변천해 가는 과정에서 이사야가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