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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64)

기사승인 [507호] 2021.02.25  11: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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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의 노래

                      위 영 (본지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책이 책을 부르기도 하고 책 속에서 음악과 미술을 만나기도 한다. 이십 대 때 아우슈비츠의 생존작가 빅터 프랭클린의 책을 읽었지만 어려선지 먼 나라 일, 모르는 사람이 경험한 알 수 없는 일로 스쳐 지나갔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정찬이 쓴 ‘슬픔의 노래’ 속에서 다시 아우슈비츠를 만나게 된다. 고레츠키의 심포니 <Sorrowful Songs>와 함께, 슬픔의 노래는 아주 작은 소리로 시작되는데 모든 악장이 렌토다. 슬픔과 비애, 억눌린 절규이자 기도이다. 실제 아우슈비츠 감옥에 새겨진 18살 소녀가 죽기 전 어머니에게 전하는 짧은 글과 헝가리의 민요가 소재가 된 교향곡이다.

프리모 레비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아우슈비츠에 대한 증언으로 증언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글이다. 증언은 오직 과거의 사실에만 기초하는 단어다. 증언은 고통과 불합리와 억압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기쁘고 즐거우며 화려하고 순후한 일들을 증언하겠는가, 프리모 레비가 과거라는 지옥 속에서 벗어나지 않고 죽기까지 힘든 증언을 계속한 것은ㅡ결국 지옥 속에서 계속 살았다는 이야기도 된다ㅡ 그 속에 우리와 같은 인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죽은 사람의 이빨에서 금을 빼내고 아이들의 옷을 벗기고(그 옷들은 독일군 장교들의 아이들에게 입혀졌다고 한다) 유대인 시체를 처리한 사람은 바로 아우슈비츠에 잡혀 온 유대인이었다. 시체들을 화장터로 운반했고 시체를 태우는 화로의 작동을 살폈고 재를 꺼내 없애야 했다. 소수의 ss가 그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외부의 조력자가 필요했고 그들은 유대인 중에서 관리자를 뽑았다. 마치 마피아처럼 스스로 죄를 짓게 만들어 돌아갈 길을 차단했다. ss에게도 양심(그들에게 양심이란 게 있었을까?)의 가책을 더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직종은 계승됨과 동시에 제거되곤 했다. 새로운 신입자들은 전 특수대원의 시체를 먼저 불태워야 했으니까,

화장터를 운영하는 모든 일은 유대인에 의해 시행되었다. 감옥 안 사람들 역시 기꺼이 권력에 협조하려는 의향이 확산한다. 권력 자체에 반하면서도 특권은 증식한다. 그들의 수는 수백 명을 넘었다. 아우슈비츠 안에서 그 일은 권력이었으며 권력을 지닌 이들에게는 감옥 안 유대인보다는 더 풍성한 음식이 주어졌다. 겨우 음식 때문에? 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들 중의 증언. “그 일을 처음 하게 된 사람은 둘 중에 하나다. 미쳐버리거나 적응해야 하는 일, 우리는 괴물이 아니다.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평범의 악>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례로 유대인을 살인하기 위한 아우슈비츠의 화장터는 누가 지었을까, 살인 도구를 만든 대가로 누군가는 가족들과 따뜻한 생활을 영위했을 것이다.

프리모레비는 지옥에서 살아나왔지만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저술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토리노의 자택에서 자살했다. 그는 말한다. “왜 아우슈비츠에서 자살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자살은 사람이 하는 거라고,” 악에 대한 성찰이 사라져버린 시대, 증언도 연기처럼 소멸해가는 시절에 그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옥을 현재에도 보았을 것이다. 딸과 함께 서서 딸 같은 아이에게 주차장에서 무릎 꿇게 하는 천박함을, 자신의 아들을 때렸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치료비를 던지는 야만을, 경비원이라는 이유로 괴롭혀서 자살하게 하는 더러운 힘을, 힘없는 아이가 귀찮다고 때려서 죽게 만드는 무자비한 시대가 아우슈비츠와 뭐 그리 다를까,

인간의 ‘약함’과 ‘악’함은 획수 하나의 차이보다 더 작을지 모른다.

육체는 풀과 같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은 만고불변의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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