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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대학원 신학박사(Ph.D.) 논문 연재(7)

기사승인 [462호] 2019.10.30  17: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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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가들과 함께 선 뒤러

전경숙 박사, 성공회대(Ph.D.) 한신대(M.Div.) 부산대 수학과

100년 전쟁기간에 일어났던 교황청분열(Papal Schism)은 교황의 명성과 교회의 토대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고, 사람들은 교황청 바깥으로부터의 교회 개혁을 희구하게 된다. 종교개혁의 샛별이라 불리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위클리프(John Wyclif)는 자신의 논문 『교회에 대하여(On the Church, 1378)』와 『교황권에 대하여(On the Power of the Pope, 1379)』에서 참된 교회는 교황제의 유형적 계급 제도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세상의 권력과 부에 혈안이 된 교황은 “흉악한 도적과 강도인 로마사제”로 “적그리스도” 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논문 『삼인 대화록(Trialogus)』에서 성경과 교회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성경을, 양심과 인간의 권위가 상충되는 곳에서는 양심을 따라야한다는 원리를 제시했다.

위클리프의 저서들은 그 사후에 압수되어 소각되는 등 그 사상에 대한 말살이 시도되었으나, 프라하 대학의 총장이던 후스(John Huss)는 위클리프의 사상을 따라 “성경주의(Scripture principle)”를 펼쳐나갔다. 후스는 교황 요한 23세의 나폴리정벌을 위한 면죄부 판매와 십자군모집을 위한 ‘십자군의 면죄’를 비난하고 파문 당하자, 피신 중 저술한 『교회론(De ecclesia)』에서 교황도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세워지기 전까지는 다른 주교들과 동등한 로마의 주교였고 공의회도 언제든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후스가 순교한 후, 그의 친구 제롬(Jerome of Prague)도 면죄부를 비판했다가 후스처럼 화형을 당했다.

뒤러가 네덜란드 여행(1520-21년) 중, 루터가 피습을 당했다는 거짓소문을 듣고 한탄하며 쓴 일기 중 “...신께서 새 복음정신을 주신 이 개혁가를 만약 우리가 잃는다면, 지난 140년 동안 그 누구보다도 더 명확하게 글을 저술해 왔던 이 사람을...”이라는 부분의 ‘140년’은 위클리프의 저술 후의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뒤러의 학문적 배경과 깊이를 보여준다.

로마교황청의 후원을 받던 라파엘로(Raffaello Sanzio)의 <성 미카엘(St. Michael)>에는 대천사 미카엘이 로마 가톨릭교회가 상징하는 군복과 헬멧과 칼, 그리고 십자군을 표시하는 방패를 취하고선 악한 용들(교황청을 위협하는 세력)을 물리치고 있지만, 뒤러의 목판화 <계시록의 4인의 기수(The Four Horsemen of Apocalypse)>는 그와 반대이다. 가장 멀리서 활을 쏘며 달리는 전염병의 기사부터 칼을 든 전쟁의 기사, 기아를 상징하는 천칭을 든 기사를 거쳐 왼쪽 맨 앞의 앙상한 말위에 올라탄 죽음의 기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1/4을 멸망시킬 권세를 부여받고 바람처럼 대지를 덮쳐오고 있다. 맨 위 대천사 미카엘의 지휘 아래 내닫는 말발굽 아래로 쓰러지거나 기절해버린 사람들 왼편에서 먼저 짓밟힌 교황은 지옥의 괴물 리바이어던(Leviathan)의 벌어진 입 속으로 그 머리부터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것은 단테의 『신곡(Divina Commedia)』 여러 곡(Canto)에서 교황과 주교들이 고통 받는 지옥편(Inferno) 모습을 연상시킨다. 성직매매를 일삼던 교황 니콜라우스 3세가 지옥의 굴에 거꾸로 박혀 울부짖으며 “곧 새로 올 교황들에게 이 자리를 내어주면 나는 먼저 온 교황들이 박혀있는 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19곡을 잘도 그려내지 않았는가.

 

전경숙 박사(성공회대 Ph.D.) dsglory3604@nate.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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